10일 울산 문수야구장. 롯데 자이언츠의 배팅 훈련장에서 유독 표정이 어두운 선수가 보였다. 부진한 타격 때문에 고민이 많은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28)였다. 조원우 감독은 “타격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편하게 해라, 자신 있게 쳐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타격감을 찾은 번즈는 이날 승리를 안기는 적시타로 보답했다.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오른쪽)이 1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5회 솔로 홈런을 친 뒤 홈에서 이대호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가 채태인의 허슬플레이와 번즈의 결승타를 앞세워 넥센 히어로즈를 4-3으로 꺾고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번즈는 3-3으로 팽팽하던 7회 1사 1, 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때려 문수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번즈는 12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지난 6일 사직 LG전 솔로 홈런이 그가 가장 최근 때린 안타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번즈는 삼진-내야 땅볼-파울 플라이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7회 네 번째 타석은 달랐다. 넥센 세 번째 투수 김선기를 상대로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3볼에서 파울 4개를 기록하더니 9구째 143㎞짜리 직구를 좌중간으로 날려 보냈다. 2루에 안착한 번즈는 두 손을 번쩍 들고 기쁨을 표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분위기는 모두 좋지 않았다. 조원우 감독은 2승 11패라는 최악의 성적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냈다. 넥센도 앞선 KIA와의 3연전을 모두 내준 상태였다.

번즈와 함께 베테랑 채태인과 이병규도 힘을 냈다. 1-2로 뒤진 3회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넥센 선발투수 한현희의 146㎞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2-2로 균형을 맞춘 경기는 5회 다시 요동쳤다. 이번에는 채태인이 한현희의 초구 체인지업을 때려 왼쪽 파울 폴대를 맞혔다. 시즌 3호 홈런이었다. 채태인은 7회 선두타자로 나서 3루수 앞 기습번트로 출루에 성공한 데 이어 넥센의 송구 실책을 틈타 2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는 투혼도 불태웠다. 고참이 만든 기회를 번즈가 적시타로 마무리한 것이다.

롯데 선발 김원중은 1회 초 넥센 임병욱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맞았다. 이어 볼넷과 안타 2개를 허용해 한 점을 더 내줬다. 간신히 1회를 넘긴 김원중은 5회까지 몇 차례 위기를 넘기며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최종 기록은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 삼진을 6개 잡았지만 볼넷도 5개나 내주며 제구력 불안을 노출한 게 아쉬웠다.

김원중의 뒤를 이은 오현택은 호투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이적한 오현택은 이날까지 팀 내 투수 중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다. 7회 2사 3루에서 올라온 박진형은 넥센 이정후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아 김원중의 시즌 첫 승과 오현택의 평균자책점 0 행진을 날렸다. 한 점을 앞선 9회 등판한 마무리투수 손승락은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한편 NC는 이날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4-5로 패해 4연패에 빠졌다. kt는 이날 승리로 마산 8연패에서 탈출했다. kt는 NC 선발투수 이재학의 호투에 밀려 7회까지 0-4로 밀렸다. 그러나 8회 심우준이 2점 홈런을 날려 이재학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kt의 유한준은 9회 무사 1, 2루에서 NC 마무리투수 임창민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으로 점수를 뒤집었다. 이재학은 7과2/3이닝을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막았으나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울산(10일) 넥센  200 000 100 3 롯데  011 010 10X 4 ▷승 = 박진형(1승 2패) ▷세 = 손승락(1패 2세이브) ▷패 = 김성민(2승 1패) ▷홈런 = 임병욱 2호(1회 1점·넥센)              이병규 2호(3회 1점) 채태인 3호(5회 1점·이상 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