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터·커브 섞어 상대타자들 요리
- 6이닝 무실점 8삼진 … 시즌 첫 승
- 다저스, 오클랜드 4-0으로 제압

“오늘 선발 잔류 시험을 치른다.” 미국 언론이 11일 오클랜드전 등판을 앞둔 류현진(31·LA 다저스)에게 한 평가다. 그만큼 류현진의 입지는 불안했다. 지난 3일 애리조나전 부진(3과2/3이닝 3실점)의 영향이 컸다. 다저스의 유망주 워커 뷸러가 최근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속 160㎞대 강속구를 앞세워 4이닝 3피안타 1실점 5탈삼진으로 호투하자 ‘류현진 불펜설’까지 흘러나왔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첫 승을 챙겼다. USA TODAY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는 위기에 강했다. 단 한 경기 만에 자신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칼날 제구와 변화구 위력은 전성기를 능가했다.

류현진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2018 미국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탈삼진 8개 가운데 5개를 커터로 뽑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8㎞.

투수 수 90개 가운데 60개가 스트라이크였다. 평균자책점은 7.36에서 2.79로 뚝 떨어졌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4-0으로 앞선 6회 무사 1, 2루에서 자신의 타석 때 족 피더슨으로 교체됐다. 다저스가 4-0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2013년 빅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이 1안타만 허용한 건 지난해 8월 7일 뉴욕 메츠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류현진은 5회 2사에서 스티븐 피스코티에게 중전안타를 맞기 전까지 13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날카로운 커터가 살아나자 오클랜드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커터는 슬라이더보다 덜 꺾이면서 속도가 빠르다. 왼손 투수가 던지면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든다. 류현진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의식한 오클랜드 타선은 예리한 커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1회 1사에서 맷 채프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때부터 커터가 위력을 발휘했다. 후속타자 제드 라우리와 크리스 데이비스는 류현진의 커터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2-0으로 앞선 2회에는 맷 올슨에게는 낙차 큰 커브를 결정구로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았다.

3회에도 류현진의 ‘삼진 쇼’가 이어졌다. 첫 타자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3구째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머나야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높게 던진 커터로 세미언을 다시 삼진 처리했다. 오클랜드 4번 타자 데이비스는 4회에도 커터에 헛방망이질했다. 류현진은 경기 중반부터는 커터와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체인지업 구사율을 높이며 ‘두 번째 결정구’로 활용했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시즌 첫 볼넷과 안타를 기록했다. 2회 2사에서 볼넷을 고른 그는 4회 2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지난해 8월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 이후 229일 만의 안타이다.

MLB닷컴과 AP통신은 “8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이 애리조나전 부진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호평했다. 류현진은 경기 직후 “전에는 체인지업을 많이 썼는데 오늘은 다양한 구종을 섞어 썼다. 제구가 잘돼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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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