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율 0.375 … 4번 타자 못지않아
- “아이 위해 출전 많이 하고 싶다”

‘버프’. 온라인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때 쓰는 용어다. 운동선수가 이전과 달리 눈부신 활약을 펼칠 때도 ‘버프’라고 한다. 기부왕으로 유명한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신본기(29)가 ‘분유 버프’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내야수 신본기가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침체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신본기(오른쪽)가 지난 1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출루한 뒤 김민재 코치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 롯데자이언츠 제공

신본기의 ‘기부 버프’는 지난해 화제가 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봉 5000만 원 받는 선수가…”라는 제목으로 신본기의 체크카드와 영수증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신본기가) 매달 10만 원으로 보육원 애들 밥을 사준다네요”라고 썼다. 신본기는 지난해 KBO 시상식에서 ‘사랑의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그의 목표는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지난해 연말 봉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은 신본기는 올해 ‘분유 버프’를 가동 중이다. 오는 7월 태어날 2세의 분윳값을 벌기 위해 독하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지난 11일 현재 타율이 0.375(8타점)에 달한다. 넥센과의 울산 2차전에선 혼자 3안타 4타점을 쓸어 담았다. 득점권 타율(0.385)과 장타율(0.500)만 보면 4번 타잣감이다. 신본기는 12일 “김승관 타격 코치가 타석마다 짚어주는 노림수가 잘 통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자세를 낮췄다.

신본기는 지난해 부진했다. 2016년 제대하고 처음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마음이 조급했던 탓이다. 타격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 출장기회도 줄었다. “그때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경기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올해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한 뼘 더 성장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검사를 받아보니 골반과 허리 부분이 한쪽으로 틀어져 있었습니다. 코어 운동을 시작했더니 훨씬 나아졌어요.”

문규현을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를 꿰찬 그는 경남고 10년 후배인 3루수 한동희와도 ‘찰떡 호흡’이다. 그는 “선배로서 조언해줄 때도 있지만 내가 배우는 면도 있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호재만 가득한 신본기의 남은 시즌 목표는 ‘규정 타석 달성’이다. 공수 양면에서 인정받아 주전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신본기는 “롯데는 언제든지 반등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다.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