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감독에 지원 자격 부여하고
- 다른 후보군과 경쟁 시킬 방침
- 선임자에게 9월 A매치 맡길 것”
- 일각선 “명예 퇴진길 열어줘야”

- 일본은 니시노 감독과 결별

“유명한 감독이 아니라 유능한 감독을 뽑겠다. 신태용(48) 감독도 다른 후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김판곤(왼쪽)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감독선임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이 6일부터 본격화된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이끈 신태용 감독도 10명 남짓한 신임 사령탑 후보군 중 한 명이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야 계속 지휘봉을 쥘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 김판곤)는 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감독 소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이달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신 감독에게 신임 감독 후보 자격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위원회는 김판곤 위원장이 위원 6명(최진철 노상래 박건하 정재권 김영찬 스티브 프라이스)의 의견을 듣거나 평가보고서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위원들은 신 감독의 유임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에 대한 평가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 감독을 포함해 10명 안팎인 후보의 포트폴리오 검토와 인터뷰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이 유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 감독님이 (유임) 의사를 표시했다. 잔류를 원하셨다. 또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도 받아들였다”고 확인했다.

감독 선임위는 조만간 2·3차 회의를 열고 신임 감독 선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2차 회의에서는 신 감독에 대한 정밀 평가가 이뤄진다. 3차 회의에서는 신 감독에 대한 평가 결과와 함께 다른 후보들의 인터뷰를 종합해 우선 협상 순위를 매길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면서도 “새 감독이 오는 9월 A매치를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감독 선정 기준에 대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격에 맞아야 한다.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이나 대륙컵 우승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프로리그 우승 경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독 선임위의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신 감독을 두 번 죽이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축구인은 “새 감독을 뽑기로 했으면 신 감독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맞다. 경쟁에서 탈락한다면 신 감독은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신 감독의 ‘유임’에 무게를 두는 듯한 말을 했다. 그는 “신 감독의 실험에 많은 비판이 있었던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신 감독의 실험과 도전정신을 너무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조현우와 이승우·윤영선·주세종을 과감하게 기용해 선수 운용의 폭을 넓힌 건 인정할 만하다. 독일을 꺾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좋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외국 명장들은 아시아보다는 아프리카 또는 중동을 선호한다. 한국보다 일본을 더 좋아한다”며 외국인 감독 선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일본축구협회 다시마 고조 회장은 이날 니시노 아키라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16강으로 이끈) 니시노 감독에게 계속 남아달라고 설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