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 아직 공사중이란 이유로
- 체조선수단 실전 연습도 불가능
- 미숙한 주최측 운영에 불만 고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개막 이틀째인 19일 아침 메인 프레스센터(MPC)에서는 한때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종목의 경기 시간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계속 스케줄 표를 갈아 끼워야 했다. 기자들도 이동 동선을 새로 짜느라 한숨을 쉬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국가대표인 김한솔이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 체조훈련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실전이 열리는 체조경기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포듐 훈련을 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56년 만에 열리는 AG가 미숙한 운영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2014 리우하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출전하는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은 애초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에 열릴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밤 10시로 바뀌었다. 두 시간이나 지연된 것이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이 나서는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도 애초 오후 8시에 시작에서 밤 9시40분으로 변경됐다. 이날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이던 사격 10ｍ 공기권총 혼성 결승전 역시 오후 6시20분으로 1시간20분 늦춰졌다.

선수들의 훈련 일정도 갑자기 바뀌기 일쑤다. 한국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지난 18일 훈련을 위해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시설 공사가 끝나지 않아 포듐 훈련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포듐 훈련은 실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일컫는다. 1000분의 1로 점수가 갈리는 체조에선 경기장의 분위기나 기구의 촉감을 익히는 포듐 훈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은 할 수 없이 실제 경기장 대신 침침한 백열등 밑 훈련장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신형욱 감독은 “포듐 훈련을 건너뛰는 국제대회는 없다. 여기는 진짜 너무하다”면서 어이없는 상황에 실소만 터뜨렸다. 남자 기계체조는 20일 김한솔(23·서울시청)에게 마루운동과 도마에서 금메달 2개를 기대한다.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도 주최 측의 행정 미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부터 겔로라 붕카르노(GBK) 스포츠 컴플렉스 배드민터 경기장에서 훈련할 예정이었으나 개회식 준비 때문에 GBK 내 모든 시설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GBK에서 훈련할 예정이던 다른 종목 선수들 역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히 배드민턴 대표팀은 자카르타에 있는 한 배드민턴 클럽을 급히 섭외해 1시간30분가량 짧은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개막 전부터 미숙함을 드러냈다. 남자 축구의 경우 조 편성 추첨만 3번이나 하는 ‘촌극’을 빚었다. 남자 농구와 3X3 농구 등의 일정도 갑작스럽게 변경돼 혼선을 빚었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취재했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마츠다 가즈히로 기자는 “많은 국제대회를 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평창올림픽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취재 일정을 새로 짜느라 바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카르타=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