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활동
- “댐 붕괴 실의 달래주고 싶어”

-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일본 잡고 또 한번의 기적 연출

국내 지도자들이 스포츠 인프라가 열악한 이웃 국가에서 ‘꿈’을 심고 있다.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선수촌을 찾은 이만수(왼쪽)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과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이 전 감독은 20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을 찾았다. 그는 현재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이다. 라오스는 사상 처음으로 AG에 야구단을 파견했다. 이 부회장이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 지 4년 만이다. 라오스의 예선 상대는 태국(21일)과 스리랑카(22일)다.

이 부회장은 “태국은 야구 역사가 48년이다. 라오스는 야구를 시작한 지 이제 4년 됐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등록은 1년 전에 했다”며 “냉정히 보면 1승도 쉽지 않다. 그래도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목표가 국제대회 1승을 넘어 아이들의 꿈을 바꾸는 것으로 커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 라오스를 찾았을 때 아이들이 ‘하루 세끼를 먹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면서 “꿈이 없던 아이들이 구체적인 장래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선수도 있다.”고 웃었다.

이 전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하고 싶어한다. 야구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한 덕이다. 아직 현실의 벽은 높다. 그는 “라오스에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다 받아주지 못한다. 기부해주시는 분 덕에 많은 어려움을 해결했는데 야구 지도자는 쉽게 양성이 안된다. 아무리 좋은 교실을 만들어도 선생님이 없으면 활용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더 좋은 일이 곧 있지 않겠냐”며 희망을 다졌다. 이 부회장은 라오스가 1승을 거두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도 꿈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19일 AG 남자축구 D조 3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는 기적을 썼다.

인터뷰에서 그는 “베트남이 일본을 못 이길 이유가 없다. 피지컬과 기술에서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와일드카드를 선발하지 않았지만 프로선수가 15명이나 된다”며 “성인 대표팀이 한 번도 못 이겼는데 23세 이하 동생들이 이겨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언론들도 “박 감독이 ‘약팀 베트남도 언제든 강팀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이 해냈다”면서 “앞으로 더 큰 도전이 남아 있지만 온 국민이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누리꾼은 “박항서 아저씨, 베트남 U-23을 아시아 각국 대표팀과 충분히 대결할 수 있을 만큼 이끌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다른 팬은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이 오랫동안 함께해서 베트남 축구가 날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박 감독에게 베트남 국민으로 귀화해달라는 농담을 올린 누리꾼도 있었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