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자 마라톤은 긴 암흑기다.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AG) 때 이미옥의 동메달이 AG 처음이자 마지막 메달이다. 새 역사에 도전했던 미녀 마라토너 최경선(26)과 김도연(25)도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김도연(오른쪽)과 최경선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 경기 직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선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AG 여자 마라톤에서 4위(2시간37분49초)에 올랐다. 3위 북한의 김혜성(2시간37분20초)에 29초 늦어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한국기록 보유자 김도연은 6위(2시간39분28초)에 올랐다.

우승은 케냐 출신 귀화선수인 바레인의 로즈 첼리모(29·2시간34분51초)가 차지했다. 첼리모는 2017 런던세계선수권과 2016 서울국제마라톤 챔피언이다. 첼리모는 자카르타의 험난한 코스 탓에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24분15초에 10분 이상 늦은 기록을 세웠다. 2위는 일본의 나고미 게이코(2시간36분27초)에게 돌아갔다.

결승선에서 최경선과 김도연은 진한 포옹을 나눴다. 덥고 습한 날씨에 역주를 펼친 둘은 서로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

최경선은 “처음에는 내가 2위 그룹에 있는 게 믿기지 않았는데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5㎞ 지점이 지났는데도 일본 선수가 못 치고 나가서 승부를 걸었는데 성급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현지시간) 오전 6시에 경기가 시작돼 밥을 새벽 2시에 먹었다. 무엇보다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32분27초에 크게 뒤져 아쉽다”며 말했다. 눈시울을 붉히던 그는 “느려도 조금씩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도연은 여자마라톤의 부흥을 이끌 ‘샛별’로 불린 기대주였다. 그는 “일본 전지훈련 기간에 부상을 계속 당했다. 그래서 훈련이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훈련량 부족”이라며 “오늘도 25㎞ 지점에서 첼리모가 먼저 속도를 낼 때 따라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도연은 5000ｍ 한국 기록(15분34초17) 보유자다. 마라톤으로 전향한 그는 2016년 처음 출전한 풀 코스에서 2시간37분18초로 준수한 기록을 내더니 올해 5월 한국신기록(2시간25분41초)을 수립했다. 1997년 권은주가 세운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을 21년 만에 새로 쓴 것이다. 김도연은 ”노력하면 AG 메달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려운 점은 정신력으로 이겨보려고 했다”고 고개를 숙이더니 “나는 칭찬 받아야 더 잘한다. 오늘의 실패를 잊지 않고 더 노력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