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레스에 12R 0-2로 판정패
- 데뷔 후 첫패 … 챔피언 벨트 내줘

챔피언 벨트를 영원히 지킬 것 같던 겐나디 골로프킨(36·카자흐스탄)이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첫 패배를 당했다. 상대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았던 멕시코 복서였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멕시코·왼쪽)가 겐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에게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날 알바레스는 골로프킨에 2-0 판정승을 거두고 세계 프로복싱 미들급 최강자로 우뚝 섰다. AP 연합뉴스

외조부가 고려인인 골로프킨은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28·멕시코)에 0-2 판정패를 당했다. 심판 두 명은 113-115를 줬고 한 명은 무승부(114-114)라고 판정했다.

이날 승리로 알바레스의 프로 전적은 50승(34KO) 2무 1패가 됐다. 골로프킨은 40전 만에 첫 패배(38승 34KO 1무 1패)를 안았다. 골로프킨이 승리했다면 복싱 전설 버나드 홉킨스(53·미국)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세운 20차 방어를 넘어 미들급 역대 최다인 21차 방어를 달성할 수 있었다.

골로프킨은 1년 전 맞대결에선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북미의 스타 알바레스의 상품성이 떨어질까 봐 나온 편파 판정”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1년간 골로프킨을 철저하게 분석한 알바레스는 한 단계 진화했다. 골로프킨의 전매특허인 왼손 잽을 막고 왼손 어퍼컷으로 응수하는 전략으로 1∼3라운드에서 앞서갔다. 한방을 가진 골로프킨보다 다양한 테크닉을 보유한 알바레스가 점수를 쌓는 데는 유리했다.

골로프킨은 4라운드부터 오른손 어퍼컷으로 패턴을 바꾸며 조금씩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5라운드부터는 용호상박의 대결이 펼쳐졌다. 클린치(껴안기)도 하지 않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수없이 펀치를 주고받은 두 선수의 명승부에 사각의 링이 달아올랐다.

알바레스보다 8살이나 많은 골로프킨은 체력이 고갈될 즈음인 10라운드에서 기회를 잡았다. 오른손 훅이 알바레스의 안면에 그대로 적중했다. 경기를 끝낼 기회였다. 알바레스는 비틀거리면서도 상체를 흔들어 골로프킨의 펀치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11라운드에서도 골로프킨의 속사포 펀치에 알바레스의 턱이 여러 차례 흔들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골로프킨은 12라운드에서 알바레스와 온 힘을 다해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으나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두 선수의 재대결은 원래 지난 5월 6일 잡혔다가 3개월 연기됐다. 알바레스가 지난 2월 두 차례 도핑 검사에서 근육 강화 성분인 클렌부테롤 양성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알바레스 측은 “ 멕시코 축산농가에서 살코기 비율을 늘리기 위해 클렌부테롤을 사료로 몰래 쓰는 경우가 있다. 오염된 고기를 모르고 섭취하는 바람에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미국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는 알바레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50% 감경된 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알바레스에게는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