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개 투구 중 패스트볼 42개
- 시속 150㎞ 직구로 상대팀 유린
- 5회 1·2루 위기 상황 맞았지만
- 후속타자에 탈삼진 … 위기 모면

- 5년 만의 재대결서 깔끔한 설욕
- “초구부터 전력투구 작전 대성공”

평균 시속 3㎞ 차이는 예상보다 컸다. 류현진(31·LA 다저스)이 5일 ‘가을의 전설’로 우뚝 선 비결은 빠른 직구였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왼쪽)이 5일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6-0으로 누른 뒤 승리투수 류현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EPA 연합뉴스

류현진은 이날 2018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탈삼진 8개를 솎아냈다. 자신의 포스트시즌(PS)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그 비결은 1회부터 쉴 새 없이 던진 시속 150㎞대의 패스트볼이었다. 이날 투구 수 104개 가운데 직구가 42개로 40.4%에 달했다. 정규시즌 패스트볼 구사율 36.9%보다 3.5%포인트 높은 비율이다. 커터(23개)와 체인지업(21개) 커브(17개) 슬라이더(1개) 역시 코너를 파고 들었다. 4회부터는 직구 대신 커터와 커브를 초구로 던져 재미를 봤다. 애틀랜타 타선은 빠른 공과 정교한 제구력에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갖춘 류현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사실 류현진이 볼 카운트가 유리할 때 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다 불리해지면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애틀랜타 지역신문도 지난 4일 “류현진의 초구 패스트볼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언까지 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4회까지 13명의 타자 가운데 8명에게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다. 애틀랜타 타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대처하지 못했다. 류현진의 강속구 평균 시속이 정규시즌 90.3마일(약 145㎞)보다 3㎞ 빠른 92마일에 달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회 엔더 인시아테를 상대로는 93.6마일(시속 151㎞)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류현진은 한 명의 타자도 3루까지 보내지 않았다. ‘천적’ 프레디 프리먼에게 안타를 맞은 1회 2사부터 5회 2사 1, 2루 위기를 맞기 전까지 12타자를 모두 범타 또는 삼진으로 처리했다. 6회에는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의 내야 땅볼을 유격수 매니 마차도가 놓치는 바람에 진루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오늘 처음부터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실천에 옮겨서 기분 좋다. 선발투수는 항상 100개 이상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개인적인 복수도 성공했다. 그는 2013년 NLDS 3차전에서 애틀랜타를 상대로 MLB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3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5년 만의 재대결에서 깨끗하게 설욕했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NLDS 5차전에도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