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속도 종목
- 2013년부터 내리 5연패 했는데
- 이번엔 부상 때문에 3위에 그쳐
- “사정상 기량 발휘 못해 아쉬워”

- 사격황제 진종오 단체전 동메달

“부상 때문에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전국체전 스포츠 클라이밍 부산 대표인 채성준이 14일 전북 전주시 완산생활체육공원 암벽장을 오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국내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 종목의 ‘지존’ 채성준(23·부산 북구청)은 14일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전북 전주 완산생활체육공원 인공암벽장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일반부 속도 종목에서 3위에 올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연패를 달성한 그에겐 낯선 성적이었다.

채성준은 15ｍ의 인공암벽을 빠르게 오른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스피드 종목의 일인자다. 부산 성도고 1학년 재학 당시 입문했다. 성장을 거듭한 채성준은 2013년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된 스피드 부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6초48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날 채성준은 고전했다. 예선에서 7초38의 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16강전부터 연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한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 이승범(19·중부경남클라이밍센터)에게 0.77초 차이로 뒤져 결승 진출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어진 3·4위전에서 6초8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낸 그는 공중에 매달린 채 포효했다. 금메달은 결승에서 한국신기록 6초10(종전 6초12)을 세운 이승범이 차지했다.

사실 채성준의 몸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이날도 그는 훈련 도중 다친 왼쪽 발목을 불편해했다. “깁스를 푼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어요. 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기는 합니다.”

채성준은 지난 4월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북구청에서 인공암벽장이 있는 북구 덕천생활체육공원으로 근무지를 옮겨주기로 했는데 계속 미뤄지네요. 퇴근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 보니 예전 기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카르타AG 국가대표에 선발되고도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배치를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훈련해야 했어요. 그런데 제가 빠지면 결원이 생긴다고 북구청에서 반대했어요. 너무 화나고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제 채성준의 시선은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다. 스포츠 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그가 한 단계 성장하려면 지원도 절실하다. 박수호 부산 스포츠클라이밍 총감독은 “강서체육공원에 실내 암벽장을 만들면 동남권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대표인 ‘사격 황제’ 진종오(39·kt)는 이날 전라북도사격장에서 열린 10ｍ 공기권총 남자일반부 본선에서 577점을 쏘는 데 그쳤다. 8위 김용태(578점·대구백화점)에게 불과 1점 차이로 뒤진 진종오는 상위 8명이 오르는 결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대신 진종오는 김청용(577점) 장하림(575점) 이동준(568점)과 함께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했다.

전주=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