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서장도 하프코스 직접 도전
- 남녀노소 청명한 가을하늘 만끽

11일 열린 부산마라톤에는 나이도, 성별도, 국경도 없었다. 10㎞든 하프 코스든 풀 코스든 뛰는 거리도 상관없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4세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마라톤으로 한데 묶였다.

	11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 제20회 부산마라톤대회에서 화명고 학생들이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달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유모차 마라톤 부대, 다대포에 뜨다

유진우(46) 씨는 이날 6, 8세 아이들과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했다. 양옆으로 아빠 손을 잡은 고사리손들도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유 씨는 “아이들이 어려 완주는 힘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걷는 시간이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경남 김해에서 온 권동현(32) 씨도 이번 대회에 4세 아들과 함께했다. 유모차까지 손수 챙겼다. 권 씨는 “기록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어서 와, 한국 마라톤은 처음이지?

이번 대회의 명성은 국내외 참가자를 가리지 않았다. 출발을 기다리는 러너들의 번호표에 유독 영어로 쓰인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부터 경북 구미에서 달려온 일본인 미부 슈(남·32) 씨는 부산마라톤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10㎞ 코스에 참가한 그는 “한국에서 다른 마라톤 대회는 나가본 적이 있다. 하지만 처음 참가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제대로 못 해 걱정”이라고 웃었다. 동호회를 통해 참가한 외국인도 있었다. OVD 러닝클럽 소속 미국인 나오미 왓킨스(여·25) 씨는 10㎞ 출발을 앞두고 친구 2명과 함께 몸을 풀었다. 그는 “달리는 건 늘 즐겁다. 클럽에 가입한 지는 2주 밖에 안 됐지만 미국에서 뛴 경험을 살려 꼭 완주하겠다”고 말했다.

■서장님도, 공무원들도 완주 행렬

사하구의 큰 행사인 만큼 지역의 각종 단체도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하경찰서 박창식 서장은 이날 직접 하프 코스를 뛰었다. 박 서장은 매일 아침 경찰서에서 러닝머신을 10㎞나 뛸 정도로 ‘운동광’이다. 그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2007년에는 풀 코스를 뛴 적이 있는데 오늘은 완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박 서장은 운동복 차림으로 출발 행사에 참여한 후 러너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사하구청 달리기모임 ‘사하구청 달음회’ 회원들도 출발을 앞두고 한데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김태석 사하구청장은 이들을 격려하며 “직원들의 다양한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날씨도 좋은 만큼 즐겁게 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지열 임동우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