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 코스 남자 1위 - 박창하 씨

- “첫 참가에 우승 영광… 3연패 향해 뛸 것”

“부산에서 처음으로 뛰었는데 우승까지 해서 기쁩니다. 이제부터 부산과 인연을 이어가야죠.”

20회 부산마라톤대회 풀 코스 남자부 우승자 박창하(40·대전) 씨는 이번 대회 첫 출전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전국으로 마라톤 대회를 다니는데 부산과는 인연이 없었다. 친구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일정이 맞아 참가했는데 1위까지 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씨는 지난달 28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공주백제마라톤에서도 우승했다. 2주 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다시 우승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달리미 경력 11년의 관록은 낯선 부산마라톤대회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코스가 평탄하다고 들어서 ‘기록을 당겨볼까’ 싶었는데 만만치 않았어요. 2차 반환점 이후로는 잔잔한 오르막이 4~5㎞ 정도 이어져 상당히 힘들었어요.”

박 씨는 “다대포해수욕장 앞바다와 낙동강을 끼고 달리는 코스의 경치가 좋았다. 교통통제도 잘되는 등 대회 진행도 원활해 덕분에 잘 뛰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기록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대전 3대 하천 마라톤과 사천노을 마라톤에서 모두 3년 연속 우승했습니다. 부산마라톤대회도 힘닿는 데까지 뛰어 3연패를 꼭 달성해보려고요.”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풀 코스 여자 1위 - 배정임 씨

- “7번째 우승컵보다 더 값진 기록 단축”

제20회 부산마라톤대회 여자 풀 코스 우승자 배정임(52·경남 김해) 씨는 부산국제마라톤과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배 씨는 이번 대회에서 2시간54분43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배 씨는 2회 연속 우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기록을 1분 이상 앞당겼다. 그녀는 “달리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오늘은 기분이 유난히 좋아 춤을 추는 듯 뛰었다”고 말했다.

배 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데에는 동네 건강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얻은 성취감 때문이다. 그녀는 “마라톤을 할 때면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모두 털어낼 수 있어 좋다”고 마라톤의 매력을 전했다.

동호회 활동으로 마라톤을 접한 배 씨는 이후 자연스레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빼놓지 않고 참가했다. 현재까지 그녀는 풀 코스 180회 완주라는 기록도 세웠다.

5km 코스를 시작으로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배 씨는 “제가 마라톤을 시작한 뒤로 달리는 거리를 늘릴 때면 꼭 부산마라톤대회에서 코스를 늘렸어요. 그래서인지 오늘 7번째 대회 우승이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는 “탁 트인 주로가 좋았고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통제를 잘해줘 고맙다”고 덧붙였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 하프 코스 남자 1위 - 장성연 씨

- “이제 두 딸과 함께 즐기며 달리고 싶어”

“주변에서 ‘이제는 기쁘지 않겠다’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승은 할 때마다 기분 좋습니다.”

부산마라톤대회 하프 코스 최다 우승자 장성연(43·경북 울진) 씨는 이번 대회에서 다시 최강자의 자리를 확인했다. 그는 이날 1시간12분38초의 기록으로 하프 코스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 달성과 함께 통산 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09년 풀코스 우승과 10㎞·하프마라톤대회 등을 통틀어 20차례나 부문별 1위를 차지했다. 경북 울진군청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장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출퇴근 전후로 꾸준히 연습한 게 도움이 됐다”고 비결을 밝혔다.

각종 기록을 섭렵한 장 씨는 이제 우승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부상 없이 오랫동안 마라톤을 즐기는 것이 목표다. 그는 무리한 연습으로 2016년 4월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고생하다 이후 1년간 회복에만 매진했다. 그래서 특별히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 씨는 이날도 대회에 참가하느라 두 딸과 주말에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딸 둘이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한창 아빠랑 놀고 싶을 텐데 자리를 비워 미안해요. 아빠가 뛰는 게 힘들어 보여서 같이 뛰지 않겠다는데 한 번은 같이 해보고 싶네요.” 배지열 기자


■ 하프 코스 여자 1위 - 박은희 씨

- “체력 키우다 보니 우승 사냥꾼 됐어요”

“대회 참가 두 번째 만에 우승을 거머쥘 수 있어 기쁩니다.”

하프 코스 여자부 우승자 박은희(46·경북 포항) 씨는 지난 봄에 열린 부산마라톤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첫 대회에서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11일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 1시간29분2초의 기록으로 당당히 하프 코스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박 씨가 지난 5월에 이어 이번 부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은 코스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그는 “광활한 낙동강 하구를 바라보며 뛸 때면 마냥 즐겁다”고 말했다.

박 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이유는 약한 체력 때문이었다. 그녀는 “10년 전 아이 둘을 출산한 뒤에는 차를 타고 짧은 거리를 이동해도 멀미로 고생하는 등 몸이 약해서 고생했다”면서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실제로 대회에 나가 뛰면서 체력 문제로 고민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허약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박 씨는 올해만 6번의 우승을 거머쥔 ‘우승 사냥꾼’이 됐다.

하지만 박 씨에게 훈련과 대회 중 얻는 부상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는 “종목 특성상 고관절이나 무릎에 부상을 많이 입는다. 다치게 되면 운동을 포기하진 않지만 훈련량을 조절하는 등 지혜롭게 극복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