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2월까지 한지형 잔디 깔고
- 지하 스프링쿨러·내야석도 정비

롯데 자이언츠가 13년 만에 사직구장 그라운드 대수술에 들어갔다. 신임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 진행 중인 팀 리빌딩에 더해 야구장까지 헌 옷을 벗고 새 옷으로 단장하면서 ‘이기는 팀’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에 한창이다.

	부산 사직구장이 13년 만에 그라운드 잔디 전체를 교체하는 대수술에 들어갔다. 사진은 13일 기존 잔디를 전부 걷어낸 그라운드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13일 롯데 자이언츠에 따르면 부산 사직구장은 지난달 중순 시즌을 마치자마자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그라운드를 갈아엎고 내·외야에 깔려있던 잔디를 전부 신선한 잔디로 교체하는 게 골자다. 2005년 시즌을 마치고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천연잔디로 바꾸는 대수술을 단행한 지 13년 만에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이다.

1985년 문을 연 사직구장에는 애초 인조잔디가 깔려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깔끔했지만 선수들 반응은 달랐다. 화상 우려에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보여 주지 못하거나 딱딱한 잔디로 무릎에 무리가 가는 등 부상도 잦았다. 선수와 야구팬 모두 천연잔디로 교체해달라는 거센 요청을 보낸 이유다.

사직구장은 2006년 시즌부터 천연잔디 구장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10년의 세월이 흐르자 문제가 속출했다. 배수 불량으로 내야의 토양이 단단해지자 그라운드의 균일성이 떨어졌다. 경기 중 불규칙 바운드가 나오는 등 경기력과 선수 안전에 영향을 미쳤다. 잡초가 섞인 그라운드에 눈살을 찌푸리는 팬들도 있었다.

내년 시즌 선수들을 맞이할 그라운드에는 ‘켄터키블루 그라스’라고 불리는 잔디가 깔린다. 추위에 잘 견디는 한지형 잔디로 기존 잔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상의 그라운드 여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잔디 밑에 설치된 30여 대의 스프링쿨러도 전부 교체해 새 잔디에 안정적인 수분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는 국내 프로구단 최초로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잔디도 실험한다. 홈 플레이트 뒤쪽 189㎡ 면적에 더위에 강한 난지형 잔디가 깔린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기존 잔디가 제대로 버티지 못한 탓에 미래를 내다본 시도를 한 것이다.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프로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미친 의미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공사에는 모두 9억여 원이 소요된다. 구단 측이 우선 교체 비용을 부담하고, 추후 부산시에 낼 경기장 위탁료에서 차감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새 시즌 선수들의 안전과 경기력 유지에 가장 큰 초점 맞춰 정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좁은 내야석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야에 한해 좌석 크기를 키우고, 일부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구단 측은 시와 협의를 진행 중인데 개선 폭에 따라 일부 좌석의 입장료가 소폭 오를 수도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