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초반 차재용·한승혁 등
- 기본기 갖춘 영건 성장세 주목
- 박근홍·정태승 활약도 기대

내년 시즌 상위권 도약을 준비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좌완 불펜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17년 차 베테랑 이명우를 내보내고, 차재용 한승혁 등 기존 선수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젊은 피들이 불펜의 좌완 키플레이어로 어느 정도까지 커 주느냐에 따라 내년 시즌 거인군단 마운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차재용(왼쪽), 한승혁

롯데는 지난달 30일 좌완 베테랑 투수 이명우를 54인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내년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방출 통보다. 이명우와 함께 투수 조정훈, 내야수 앤디 번즈, 외야수 박헌도가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명우는 FA(자유계약선수) 권리까지 포기하며 잔류 의사를 밝혔지만, 고향팀에서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게 됐다.

롯데가 희귀 자원인 베테랑 좌완 투수와 결별한 것은 불펜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롯데도 다른 팀들처럼 좌완 불펜투수 기근이라는 해묵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양상문 감독은 기본기를 갖춘 젊은 좌완 투수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끝난 한 달간의 마무리캠프에서도 투수력 강화에 가장 초점을 맞췄다. 양 감독은 “한 달 새 기량이 확 올라갈 것으로 보진 않았지만 캠프 시작 때와 귀국했을 때 기량 변화를 분명히 느꼈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도 4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좌완불펜 자원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긍정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필요했다” 밝혔다.

젊은 피 중에는 차재용(22) 한승혁(22) 등 20대 초반 투수들의 성장세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차재용은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6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된 한승혁도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치며 팀에 합류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려온 박근홍(33)과 1군 무대를 경험한 정태승(31)도 있다.

특히 차재용은 눈에 보이는 구속 같은 정량적인 지표보다 ‘지저분한 공’을 무기로 상대 타자를 껄끄럽게 하는 투수다. 볼 끝도 좋아 불펜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구단은 보고 있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 수준의 좌완 투수였던 양상문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의 경험이 접목되면 가파른 성장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젊은 피들은 거인군단의 좌완 불펜진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안게 됐다. 이명우가 떠나면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좌완 불펜은 사실상 고효준(35)뿐이기 때문이다. 고효준은 올 시즌 2차 드래프트로 롯데에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43경기 2승 3패 7홀드 평균자책 6.96으로 부진했다. 고효준은 5선발을 차지할 가능성이 작아 불펜에서 뛸 전망이다. 트레이드로 믿음직한 새 얼굴을 데려올 수 있지만 불확실하다. 젊은 좌완 투수들의 성장세가 롯데의 상위권 도약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