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16강 진출 확정지었지만
- 중국에 골 득실 밀려 조 2위로
- 향후 강팀 피하려면 선두 절실
- 내일 중국전 ‘손’ 쓰고 싶지만
- 체력 부담 커 연막작전 가능성

‘손’ 쓸 일 없으면 참 좋을텐데….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역사에 도전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16일 중국과의 조별 리그 3차전을 앞두고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천신만고 끝에 14일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토트넘)을 쓸지 말지, 쓴다면 언제 투입할지를 놓고 복잡한 셈법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초점은 3차전에서 손흥민의 투입 여부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 승리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지만, 중국에 골 득실이 뒤진 채 2위에 올라있다. 벤투호가 조별 리그 1, 2차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인 반면 중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세 골 차 완승을 거두며 기세가 올라 있다.

벤투호가 우승을 향한 지름길로 들어서려면 중국을 반드시 잡고 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아직 나머지 조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이란이나 일본과 조기에 격돌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중국에 비기거나 져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험난한 길이 펼쳐진다. 16강에서 A조 2위가 유력한 인도나 태국을 이겨도 8강에서 이란과 만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손흥민 카드를 조별리그 3차전인 중국전부터 꺼낼 가능성이 크다. 애초 손흥민은 현지 분위기에 적응하고 동료의 호흡을 조율하는 측면에서 후반 10분 정도 출전이 점쳐졌다. 하지만 벤투호가 겪는 고질적인 골 가뭄을 풀어낼 공격수는 결국 ‘월드클래스’ 손흥민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타적인 플레이에도 능한 그가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공격의 물꼬를 터주면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득점 감각도 살아날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부터 소속팀에서 13경기를 뛰며 9골 6도움으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렇다고 손흥민을 마냥 선발로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차 적응을 완전히 마치지 못했고, 체력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중국전부터 무리하게 힘을 빼게 할 필요는 없다. 손흥민은 최근 소속팀에서 3, 4일에 한 번꼴로 경기에 출전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20일부터 8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의 용병술도 부담이다. 리피 감독은 일찍이 3차전에서 총력전 대신 로테이션을 가동하겠다고 공언했다. 손흥민 카드를 조기에 쓰면 이란 등 경쟁국에도 대표팀의 패를 미리 내보이는 격이 될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손흥민 카드를 놓고 연막작전을 쓸 가능성도 있다.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인 손흥민을 기용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 아끼는 식이다. 대신 원팀을 강조하는 만큼 4-2-3-1 전형 내세워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른 선취골을 넣고 경기만 잘 풀린다면 손흥민 카드 하나로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윙백 이용(전북)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기에 변형 스리백 전술을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