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시즌 전 “백업 선수들에게도 전체 리그 경기 중 30% 정도의 출전 기회를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업 자원들에게 출전 기회를 늘려 주전의 부상이나 부진 때 팀 전력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주축 선수들이 30대에 접어듬에 따라 롯데의 미래를 위한 리빌딩의 포석도 포함돼 있다.

	오윤석(왼쪽), 허일

KBO 리그의 강자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화수분 야구’로 정평이 나 있다. 탄탄한 2군 육성 시스템으로 매 시즌 소위 ‘터지는’ 선수가 한 명씩은 나온다. 반면 롯데는 이런 ‘깜짝 스타’가 드물다. 이런 이유로 올 시즌 양 감독이 구상하는 ‘롯데표 화수분 야구’에 기대감이 크다.

리그 일정의 20%가량을 소화한 24일 현재 ‘젊은 거인’은 아직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양 감독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결국 이번 시즌에 주전과 백업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양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다.

내야에서는 오윤석이 자주 1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21경기에 나와 타율 3할(40타수 12안타) 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오윤석은 지난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2-4로 패색이 짙던 9회 말 극적인 동점포를 터드리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 때부터 물오른 타격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이다 결정적인 한 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4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신고선수로 입단한 오윤석은 2015년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홈런을 때린 이후 4년 만에 기록한 홈런이었다. 사직에서는 첫 홈런이다.

내야에서 오윤석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 외야에서는 허일이 대형 사고를 쳤다. 민병헌의 부상으로 출장 기회를 잡은 허일은 이번 시즌 7경기에 나서 4할1푼7리(12타수 5안타)의 매서운 방망이를 보여주고 있다. 허일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1년 2차 2라운드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였지만 오랜 시간을 2군에서 보내고 군 입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다 시즌을 앞두고 양 감독이 발탁했다.

타석에 선 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4타점을 기록하며 찬스에 강한 모습이다. 특히 허일의 대타 성적은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롯데의 새로운 해결사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허일은 오윤석이 동점 투런을 때렸던 20일 kt전에서 연장 10회 말 프로 첫 대타 끝내기 안타를 쳤다. 앞서 지난 17일 KIA 타이거스전에서도 8-9로 추격하던 9회 말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들어서 9-9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던 전병우는 아직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동희가 올 시즌 붙박이 3루수로 기용된 데다 2루에는 수비가 좋은 아수아헤가 버티고 있다. 유격수에는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신본기가 자리를 잡고 있어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전병우는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서 타율 1할5리(19타수 2안타)로 부진하다. 여기에 새로운 내야 자원인 강로한마저 등장하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뚜렷한 주전이 없는 포수는 나종덕과 김준태가 경쟁 중이다. 하지만 나란히 타율 2할로 ‘도토리 키재기’ 형국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즌 초반이라 백업들의 활약을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오윤석과 허일은 최근 인상 깊은 활약으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출장 기회가 많아지면 주전과 백업의 기량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오윤석

출장 경기 수 : 21경기
안타 수 : 12개(kt전 9회 말 동점포)
타율 : 0.300(40타수 12안타)

◇ 허일

출장 경기 수 : 7경기
안타 수 : 5개(kt전 10회 끝내기 안타)
타율 : 0.417(대타로만 4안타)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