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병 원투펀치도 고작 3승 챙겨
- 팬들 구단 안일한 시즌준비 질타

27일 현재 롯데 자이언츠는 18승 35패(승률 0.340)로 리그 꼴찌다. 투수진의 평균자책점(6.12)을 비롯해 피안타(558개), 피홈런(59개), 볼넷(252개) 등 각종 지표도 최하위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82로 1위 두산 베어스(2.74)보다 배 이상 높다. 결국 투수진의 붕괴가 팀 성적 추락을 견인한 셈이다. 투수 조련사 ‘양상문의 역설’이다.

지난 1월 대만 가오슝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양상문(오른쪽) 감독이 투수 구승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국제신문 DB

롯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조원우 감독을 경질하고 양 감독을 선임했다. 2004년부터 2년간 롯데 사령탑을 지낸 양 감독은 1994~1996년(투수코치), 1999~2001년(투수코치), 2004~2005년(감독), 2010년(투수코치) 등 총 9시즌을 롯데에 몸담았다. 9시즌 중 6시즌 동안 롯데 투수진은 리그 평균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양 감독이 롯데 마운드를 재건하리라 기대하는 팬이 많았다. 양 감독이 현역 시절 이름을 날리던 명투수라는 점도 팬들의 기대치를 높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올 시즌 3분의 1가량이 지난 현재 롯데 마운드는 희망이 없다. 시즌 전만 해도 젊은 투수 자원이 마운드의 세대교체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과는 참혹한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준비 없는’ 마운드 운용이 부른 참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용병 원투펀치 브룩스 레일리(1승 6패)와 제이크 톰슨(2승 4패)은 둘이 합쳐 3승에 그쳤다. 한때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두산 베어스의 조쉬 린드블럼은 혼자 7승을 올리며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 환골탈태를 보여준 김원중(3승 4패, 평균자책점 5.10)은 최근 주춤하다. 선발 공백으로 불펜에서 선발 투수로 콜업된 장시환(2승 4패, 평균자책점 6.19)도 롤러코스터 피칭을 선보이다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5선발은 시즌 내내 돌려 막기로 버티는 중이다. 스프링캠프 당시 양 감독은 정성종 김건국 윤성빈 등을 언급하며 “젊은 투수들 기량이 눈에 띄게 올라와 만족스럽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5선발은 자원이 많아 변형 오프너 시스템(1+1 선발)을 도입하는 파격까지 보였다. 하지만 5선발 후보군은 매번 실전에서 무기력했고 지난 26일 LG 트윈스전에는 불펜의 서준원까지 5선발 테스트를 받았지만 실패했다.

불펜의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 선발진이 일찍 무너지면서 시즌 초반부터 과부하가 걸렸고 이는 불펜 붕괴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롯데 선발진은 53경기를 치르며 249.0이닝을 책임졌다. 1경기 덜 치른 LG 트윈스(292.1이닝)보다 무려 43이닝이나 적다. 자연히 불펜진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218.1이닝)을 던졌다. 두산의 불펜진이 163.0이닝을 맡은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불펜은 주축 선수들의 부진까지 겹쳤다. 지난해 홀드왕(25홀드) 오현택은 올 시즌 단 9경기 출전해 1승,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한 뒤 지난 3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손승락은 4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3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를 구승민에게 물려줬다. 구원진 평균자책점(6.47) 꼴찌인 롯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팬들은 FA(자유계약선수) 노경은과 협상이 결렬된 것이 전체적인 마운드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며 구단과 양 감독의 안일한 시즌 준비를 질타하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해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지만 구단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전력에서 제외됐다. 롯데는 아직도 노경은과 재협상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그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롯데 투수진은 그런 점이 아쉽다”며 “노경은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 그가 있었다면 분명 마운드 운용에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올 시즌 롯데 투수 성적 선발진 경기 수 이닝 승패 평균자책점 레일리 11 64⅔ 1승6패 4.45 톰슨 11 62⅔ 2승3패 4.74 김원중 10 54⅔ 3승4패 5.10 장시환 9 36⅓ 2승4패 6.19 김건국 16 25⅔ 1승2패 7.36 송승준 2 4⅔ 0승1패 9.64 윤성빈 1 ⅓ 0승1패 81.00 박시영 13 27 0승1패 6.33

불펜진 경기 수 이닝 승패 평균자책점 구승민 27 24⅔ 1승2패1세 5.47 고효준 27 23⅓ 0승3패7홀 6.94 박근홍 17 13⅓ 1승 6.75 서준원 17 19⅓ 0승3패 7.45 손승락 20 21 3승4세 5.57 이인복 11 12⅓ - 11.68 정성종 13 22 1승1패 5.73 진명호 19 18 1승1패3홀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