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여 기간 운신의 폭 좁지만
- 꼴찌 탈출·리빌딩 등 과제 산적
- 팀 나아갈 방향성 제시 급선무

롯데 자이언츠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동반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오른 공필성(사진) 감독 대행은 팀 분위기 쇄신과 성적 상승 등 묵직한 과제를 받아 들었다.

아직 시즌이 3분의 1가량 남은 상황에서 공필성호가 본격적인 출발을 하기에 앞서 팀 운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선수단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는 지난 19일 양 감독과 이 단장이 동반 사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치는 등 시즌 내내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면서 감독과 단장이 시즌 도중 함께 물러나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공석인 감독 자리는 일단 공필성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기로 했다. 애초 공 대행은 자리를 거부했지만 구단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단장직은 이른 시일 내 새 인물로 채워질 예정이다.

팀이 최하위에 떨어졌고 단장과 감독이 사실상 경질성의 동반 사퇴를 한 상황에서 사령탑을 맡게 된 공 대행의 가슴은 무겁다.

아직 50경기가 남긴 했지만 두 달가량의 잔여 시즌 기간은 공 대행이 자기만의 야구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시즌 종료 직후 새 감독이 부임할 경우 다시 밑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공 대행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꼴찌 탈출이라는 과제도 외면할 수 없다. 동시에 내년 시즌을 대비한 전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기는 야구 ‘윈나우’와 리빌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 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을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성적 측면에서 자칫 역대 최악의 시즌이 될 수도 있다. 감독도 선수도 모두 목표 의식을 잃으면서 가뜩이나 약한 팀의 엔진이 완전히 꺼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눈앞의 1승에만 집착하는 야구를 펼치는 것 역시 현재 롯데의 상황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 대행이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령탑으로서 남은 시즌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 대행은 21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아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다만 아직 구단과도 자세한 얘기를 하지 못했고 어떤 방향으로 팀을 이끌 것인지 정리되지 않았다. 곧 구체화되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령탑의 교체가 새로운 팀 운영 체제를 의미하는 만큼 롯데는 이제 선수단 구성과 훈련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책이 잦은 내야 부분도 예외일 수 없다. 내야수 출신인 공 대행은 수석코치 시절 불안한 내야 수비에 걱정이 많았다.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공 대행이 롯데 내야수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대안 구상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본인도 내야 수비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했으니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현재 팀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인 만큼 공 대행이 소신껏 팀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도 물러서지 않고 해보겠다고 했기에 구단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