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결사 역할로 제2의 전성기
- 타율 0.331… 커리어하이 도전

주자만 나가면 펑펑 터진다. 이젠 백업을 넘어 거인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훈은 지난 24일과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연이어 터트리며 팀 연승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팀이 추가점이 필요한 득점권 상황에서 압박감을 이겨내고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훈은 지난 25일 키움전에 1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1-0으로 근소하게 앞서던 7회 초 2사 만루에서 한현희를 무너뜨리는 좌익수 앞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롯데는 정훈의 2타점을 발판으로 후속 타자 손아섭 역시 이어진 2, 3루 상황에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2루타를 만들면서 6-0으로 도망간 끝에 6-3으로 승리했다. 특히 거인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가 호투하는 가운데 타선은 이날도 중반까지 저조한 득점 지원으로 애를 태우던 중이라 추가 득점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정훈은 이날 “한 경기 한 타석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기회를 주신 감독님이 감사하고, 굳이 1루가 아니라 어떤 포지션이라도 더욱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훈은 시즌 초 “백업 자리에서 경쟁해야 하는 선수인데도 대우해주는 감독께 감사한다”고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지난 24일 경기에선 2-2로 팽팽하던 4회 초 1사 2, 3루에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됐다.

특히 정훈은 득점권 타율 0.429(42타수 18안타 22타점)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득점권 출루율 역시 0.519를 기록 중이라 주자가 모일수록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타격 지표로 나타난다. SBS 스포츠 안경현 해설위원은 “정훈이 투 스트라이크로 몰렸음에도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며 “이틀 연속 영웅이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훈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훈은 kt wiz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허문회 감독의 눈길을 끌었다.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선 팀이 3-0으로 앞선 3회 초 2사 1, 2루에서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정훈은 개막 시리즈에서 10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초반 상승세를 달리던 정훈은 내복사근 파열로 한 달 이상 이탈하는 악재를 겪었다. 상위권을 달리던 팀도 정훈의 부상과 동시에 순위가 뚝 떨어졌다. 정훈은 복귀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즌 초반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올 시즌 37경기에 출전해 151타수 50안타로 타율 0.331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0.395로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2015년에 타율 0.300(100경기 이상 출장)에 62타점을 기록했던 것이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정훈이 5년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넘본다. 시즌 내내 정해진 타순이 없음에도 맹활약하면서 팀의 ‘복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정훈의 꾸준한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것만큼 흥미로워질 것 같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