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속에 술을 먹는 것은 알코올의 위 통과를 빠르게 해서 소장에서 알코올 흡수를 증가시킨다. 이를 막기 위해 음주 전 우유를 먹는 것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은 우유 속 당분인 락토스 분해 효소가 적어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 음주 전에 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을 먼저 먹어야 위가 보호된다는 것도 위벽의 기름기는 음식물과 뒤섞여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고 지방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술자리 전에는 적당한 식사를 하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천천히 술을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원샷은 피하고 한 잔을 3, 4번 끊어 천천히 마셔야 뇌로 가는 알코올이 줄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술 한잔에 물 한잔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숙취의 원인인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술 안주로는 치즈, 두부, 살코기, 생선 등과 같은 저지방 단백질 식품이 좋다. 이런 음식은 위 속에 오래 머물러 알코올의 흡수를 늦추고 공복감으로 술잔을 빨리 비우는 걸 막아준다.

여러 술을 섞어서 마시는 폭탄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폭탄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탄산가스가 흡수를 촉진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급격히 높여주기 때문이다. 음주 후 커피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커피를 찾는데,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이뇨작용을 일으켜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수분을 몸에서 빼앗아 숙취 해소에 방해가 된다. 알코올을 분해할 때 당과 수분이 많이 필요하므로 숙취 해소를 위해 꿀물, 식혜,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을 아침에 마셔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사우나에 가는 것도 땀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배출돼 가뜩이나 부족한 수분과 전해질을 더 부족하게 만든다.

해장국으로 맵고 짠 얼큰한 국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흘러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맵고 짠 음식은 술로 상처받은 위벽을 자극해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콩나물국, 북엇국 등 맑은 국물의 해장국이 좋다. 콩나물국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많이 생성되게 하는 아스파라긴이 풍부하고, 북엇국에는 알코올에 의해 생긴 유해 산소를 제거해 간을 보호하는 메티오닌과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해장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보충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오이, 당근, 귤 등이 좋다. 숙취해소 음료나 차들은 알코올 분해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숙취를 100% 해소할 수 없고,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일정량 이상의 과음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아 과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한 음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적당한 음주와 충분한 휴식'. 음주 후에는 간이 피로를 회복할 수 있게 3일 이상의 휴식을 갖는 것이 가장 좋다.

김진승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