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스포츠 이미지 강하지만
- 제대로 수련하면 힘 차이 극복
- 여성 호신용 무술로 인기만점

- 유연성 기르는 기본동작 실시
- 누워서 머리 위 발 올려 옆굴러
- 뻣뻣한 몸탓에 집에 가니 온통 멍

- 대련에서 초크 자세 시도했지만
- 힘이 안들어가고 기술도 어정쩡
- 역으로 당하니 마비되고 숨막혀

주짓수는 남성들만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제대로 수련하면 힘의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격투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거기에 실제로 여성 수련자도 많다는 말에 '호기심이 걱정을 이기고' 부산진구 양정의 부산 주짓수 동천백산(051-988-1114)의 문을 들어섰다.

최영지 기자가 몸을 푸는 동작 중 하나인 삼각 뻗기를 하고 있다. 이 동작은 배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첫날은 우선 몸을 부드럽게 만드는 동작으로 시작했다. 바닥에 누운 상태로 두 발을 머리 위로 올려서 바닥에 닿게 하는 동작이 그것이다. 요가의 쟁기 자세와 같다. 이렇게 한 다음 다리는 편 상태 그대로 어깨를 바닥에 닿게 하면서 옆으로 구른다. 이게 옆구르기의 기본자세다. 이 자세가 좀 편해지면 앉은 상태에서 옆으로 구르게 한다. 기자는 목을 앞으로 굽히기도 잘 못하는 데다 목이 꺾이는 듯한 불안함과 무서움에 동작 진행이 어려웠다. 그래도 안 할 수 없으니 자꾸 몸을 둥글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반복했더니 어깨 양 끝이 꽤 아려왔다. 집에 가서 보니 어깨와 왼쪽 정강이에 멍이 들어 있었다.

기본적인 동작을 드릴이라고 하는데 이 동작이 몸에 익어야 대련을 할 수 있다. 옆구르기가 안 되는 기자에게 임민혁 코치는 '우빠'와 '새우 드릴'을 먼저 알려줬다. 우빠는 상대에게 깔렸을 때 빠져나올 공간을 만들기 위한 동작이다. 바닥에 누운 상태로 무릎은 세우고 빠르게 허리를 위로 팡 튕겨 올린다. 그러면서 오른손을 왼쪽 어깨 너머로 최대한 뻗는다. 새우 드릴도 같은 목적을 위해 쓰인다. 누운 상태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엉덩이를 내밀며 몸을 새우처럼 접는다. 엉덩이를 오른쪽으로 빼려면 왼발로 바닥을 지탱하며 순간적으로 몸을 기역자로 만들 듯 접어야 한다.

동천백산 성희용 관장이 최 기자에게 초크를 거는 모습.

우빠와 새우 드릴은 그럭저럭 따라 할 수 있었지만 옆구르기는 여전히 난공불락이었다. 왜 안 되는지 신경질이 났다가 기필코 해보겠단 오기까지 생겨 이리저리 끙끙댔지만 여전히 굴러지지가 않았다. 이런 기자가 안돼 보였는지 성희용 관장은 "다치면 안 되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 몸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다독였다. 말은 고마웠지만 부아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래서 승부욕이 있는 사람에게는 격투기가 알맞은 운동이구나 싶었다. 기자가 그다지 호승심이 강한 타입은 아닌데 기본부터 막히니 오기가 생겼다.

성 관장은 "주짓수의 정수는 대련이다. 초보자는 보통 2주 정도면 대련을 할 수 있는데 반드시 자신보다 높은 단계의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부상 없이 배울 수 있다"며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보통의 격투기가 같은 체급이나 경력자끼리 대련하게 하는 것과 달랐다. 격투기지만 배려가 느껴졌다. 기자와 훈련 파트너가 되어준 최승연(20·부산여대 유아교육과 1) 씨는 합기도 4년, 주짓수 2년의 경력자로 귀여운 인상이었다.

기자가 바닥에 눕고 승연 씨가 앞에 앉은 상태로 시작했다. 이 상태에서 상대를 결박하는 기본은 다리 사이에 상대를 끼고 허리 쪽으로 다리를 감싸 안아 발목을 교차하는 거다. 기자가 오른손을 승연 씨의 뒷목까지 넣어 뒤쪽 깃을 잡고 왼손을 교차해 오른쪽 깃을 잡으면 기본적인 초크 자세가 완성된다. 기자는 나름 용을 쓰면서 주먹에 힘을 주고 당겼지만 승연 씨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언니, 아직이에요. 더, 더, 더 해보세요" 하는데 솔직히 무서웠다. 승연 씨는 "주먹을 그냥 쥐지 말고 안으로 비틀어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면서 경동맥을 압박해야 초크가 제대로 걸린다"며 기자를 채근했다. 너무 세게 했다가 승연 씨를 아프게 할까 봐 걱정도 되고 어느 정도 힘을 줘야 제대로 된 자세인지 감이 안 오니 더 곤란했다.

암락 자세를 하는 최 기자.

그래서 당해보면 알겠지 싶어 승연 씨에게 부탁했다. 기술을 거는 것보다 외려 당하는 편이 나았다. 승연 씨가 기본 초크를 제대로 걸자 "캑"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콱 막히면서 숨이 안 쉬어졌다. 그제야 '초크를 당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감이 왔다. 머리로 피가 쏠리면서 움직이기 어려웠다. 이럴 땐 상대를 살짝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탭을 하면 바로 풀어준다. 다음 날 성 관장에게 다시 초크를 배웠는데 체격 차이가 훨씬 커서인지 압박감이 굉장했다.

이어지는 것은 내 위의 상대를 옆으로 던져서 다시 내가 마운트 자세로 올라가는 기술이었다. 양다리를 가위처럼 엇갈리게 해서 넘어뜨린다고 해서 시저스 스윕이라고 불린다. 기자의 오른손으로 상대의 목 뒤쪽 깃을 잡고 왼손으론 소매 끝을 잡으며 몸을 오른쪽으로 빼면서 상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동시에 왼발은 쓸 듯이 하며 오른 정강이를 상대의 가슴 쪽에 대고 밀어준다. 그런 뒤 초크나 암바로 연결하면 된다. 기술을 거는 사람이 기자인데도 마치 기술에 걸린 사람인 것처럼 녹초가 됐다. 그런데도 다음 수업이 기다려지는 걸 보면 분명히 매력적인 운동이란 확신이 들었다.


# 주짓수는 어떤 운동

- 관절꺾기·조르기가 기본…힘보다 기술 중시 '브라질 격투기'

최영지 기자가 임민혁 코치에게 시저스 스윕을 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주짓수는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격투기로 타격 없이 조르기, 꺾기 등의 기술로 구성된다. 동천백산 성희용 관장은 "요가는 정적인 자세로 몸을 부드럽게 한다면 주짓수는 그 동작을 활용해 계속 움직인다"고 했다. 맨 처음 가르치는 동작이 요가의 쟁기 자세인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짓수를 휴먼 체스라고도 부르는데 상대와 내가 끊임없는 수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격렬한 당기기, 조르기에 어느새 벨트는 풀려서 저만치 나뒹굴고 도복 앞섶이 풀어헤쳐져 나부낀다. 아래에 깔린 사람이 완전히 결박당해 옴짝달싹 못 할 것 같이 보이다가도 어느새 빠져나와 다시 공세를 퍼붓는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관절을 밟거나 옷깃을 당기는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대련자들은 5분간 경기하고 1분을 쉰다. 얼마나 격렬한 5분인지 땀범벅에 숨을 몰아쉬느라 바쁘다. 초급이나 여성은 4분 경기하고 1분 쉬기도 한다.

주짓수의 도복은 유도 도복을 개량해 상의 품과 바지폭을 좁게 만들었다. 색상도 검정, 파랑, 핑크, 화이트 등으로 다양하다. 주짓수의 매너 중 하나는 자신의 손발톱을 짧게 자르는 거다. 상대뿐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 번 입은 도복은 세탁하는 것도 경기 예절에 포함된다. 대련 시작 전에 손바닥과 주먹을 마주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초보자는 흰색 벨트부터 시작한다. 거기에 경력이 쌓이면 그랄이라고 부르는 검정색 줄이 더해진다. 다음 단계는 블루 벨트로 보통 2년이면 가능하다. 이후에 보라, 갈색, 검정으로 이어지며 각각 3년, 3년,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승급은 심사를 보거나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가능하다. 성 관장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블랙 벨트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으며 올해 은퇴 경기를 앞두고 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