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국제바이칼투어박람회에 참가해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왔다. 동시베리아 의료웰니스관광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러시아 한국 중국 몽골 등의 국가에서 부스 100개를 설치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병원 관계자와 관광객 등 1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번 박람회에 다녀오면서 우리나라 국제진료의 빠른 성장과 변화를 다시 한번 체감했다. 예전에 블라디보스토크나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던 박람회가 시베리아 한중간에 있는 이르쿠츠크까지 찾아왔으니 말이다.

국제바이칼투어박람회에 참가한 최은정(오른쪽) 대동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 역시 수도를 벗어나 외곽으로 한국 의료의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주요 도시들은 한국 의료가 많이 진출해 협력관계를 맺고 교류도 활성화되다 보니 한국 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을 찾아 뻗어 나가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국적을 봐도 이전에 러시아 중국 등에 편향되던 것이 요즘은 다국화되고 있다. 부산은 몽골과 동남아 등 부산 직항노선이 있는 지역의 환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고, 서울은 중동지역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해외 환자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어 이런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 7년 전만 해도 서울 부산 같은 주요 도시 대학병원급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지만, 현재 공항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과연 환자 유치가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의 지방 의원, 한의원, 치과에도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찾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태국 싱가포르 인도는 한국보다 먼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왔다. 나름 후발주자인 한국이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한 것은 한국 의료의 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고 서비스가 수도권과 지방에 거의 차이 없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대학병원에 가야 하겠지만 그 밖의 치료는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대학병원에서 진료비를 추가로 내며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임플란트를 하려고 대학병원이 아니라 개인 치과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그뿐 아니라 외국인 환자를 위해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코디네이터가 공항 픽업에서부터 입원까지 챙겨주고, 문화권에 맞는 식단 및 TV 채널까지 제공해주니 한국 의료에 만족하고 돌아간 뒤 주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권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공적 데뷔를 마친 한국 의료가 '반짝스타'가 아니라 '롱런'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빛 좋은 개살구식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환자를 꾸준히 유치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불법 브로커와의 연계를 근절해 필요 이상의 소개비를 내고 낮은 서비스를 받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한국 의료의 신뢰도를 높여가야겠다.

최은정 대동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가정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