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호신용 스탠딩 태클 연습
- 덩치가 남산만한 괴한이 덮쳐도
- 중심만 흔들면 누구나 뒤로 꽈당

- 상대 팔 관절 꺾는 암바도 배워
- 팔 잡는 위치 헷갈려 엉성했지만
- 반복할수록 제대로 된 자세 나와

- 처음엔 신체적 접촉 부담 컸지만
- "매트에 있는 시간만큼 실력 향상"
- 관장님 뼈있는 지적에 의욕 불끈

일주일에 두 번 부산 부산진구 양정의 부산 주짓수 동천백산 도장에 갈 때마다 도시철도를 이용했다. 내려서 도장까지 5분 정도 걸어가서 3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약간 숨도 차고 심장이 두근두근한 느낌도 들었다. '오늘은 뭘 배울까' 하는 기대감과 '얼마나 힘들까' 하는 걱정이 반반이다. 연재 전부터 다양한 운동을 해 봤지만 시작 전부터 기분 좋은 긴장을 선사하는 건 주짓수가 처음이다.

	상대의 팔목을 잡아 뒤로 꺾은 뒤 팔목끼리 엮어서 위로 들면 상대 어깨 관절에 고통을 주는 기술인 기무라가 완성된다.

2주가 지나면서 두껍고 무거워 버겁기만 했던 도복에는 좀 적응을 했다. 어설프게나마 띠도 혼자 매고 본격적인 운동 전 몸풀기도 그럭저럭 따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옆구르기는 성공하지 못해 거의 반 포기 상태다. 조금만 더 하면 될 듯도 한데 아직 목을 안으로 말아 넣고 몸을 둥글리는 게 어렵다. 그래서 초보자를 위해 도장 한쪽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기자의 초보 동지들은 초등학교 남매였다. 오빠인 김태형(연산초 6) 군은 6개월 경력자지만 여동생 태희(연산초 4) 양과 함께 있어야 해서 같이 수업을 받았다. 기술 수업 전 엎드려 호랑이처럼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기게 하는 준비운동이 있는데 동지들은 어찌나 빠르고 유연한지 너무 늦지 않게 따라가려니 허리가 아파 몇 걸음 하다가 주저앉곤 했다. 태형 군은 "체력을 기르려고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재밌어서 동생도 데려왔다"며 동생을 챙겼다. 아이들이 도복을 입고 움직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성희용 관장은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적극성을 길러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체력뿐 아니라 친구 관계에도 도움이 되니 어릴 때부터 수련하는 아이가 많다"고 했다.

	서 있는 상대의 무릎 아래 중심을 뺏어 뒤로 넘어뜨리는 기술인 태클 다운. 무릎을 안으면서 어깨로 밀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이날은 서 있는 상대의 중심을 뺏어 뒤로 넘어뜨리는 동작부터 시작했다. 이 동작은 상대의 덩치와 관계없이 몸의 중심만 흔들면 누구나 할 수 있어 호신용으로도 효과적이다.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쪽 깃을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의 오른손 팔꿈치 쪽 도복을 꽉 그러쥔다. 둘 다 서서 마주 보고 있던 상태에서 상대의 오른 무릎 뒤쪽(오금)으로 돌아 들어가며 몸을 낮춘다. 왼무릎을 꿇고 상대의 무릎을 안는 느낌으로 어깨에 체중을 실어서 밀게 되는 거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상대 왼쪽 발목을 잡고 살짝만 밀어도 뒤로 '쿵' 하고 넘어간다.

넘어가는 상대가 되어준 임민혁 코치는 "무릎 뒤쪽을 누르면서 어깨로 밀면 누구든 넘어진다. 넘어뜨린 후 그 포지션이 3초가 유지되면 2점을 득점한다"고 가르쳐줬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마지막 동작으로 양손으로 상대의 양 발목을 잡고 무릎으로 허벅지를 찍어눌러야 한다. 기자의 문제 순간은 넘어뜨리는 것까지는 했는데 발목을 잡고 허벅지를 무릎으로 제압할 때였다. 임 코치가 너무 아플까 봐 힘을 줄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다.

	옆에서 시작해 팔꿈치에 충격을 주는 암바. 상대의 엄지손가락이 천장을 향하도록 손을 꽉 잡아야 한다.

임 코치는 "스포츠로 하는 주짓수에선 기술이 제대로 걸려서 고통이 오면 가볍게 상대를 두드리는 탭만 하면 바로 풀어준다. 상대를 다치게 할까 겁먹지 않아도 된다"며 꽉 누르라고 기자를 독려했다. 그래도 상대를 아프게 하는 일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성 관장은 이런 기자에게 "주짓수를 호신용으로도 많이 배우는데 기술을 제대로 거는 것부터 익혀야 한다. 하다 보면 상대에게 항복의 의미인 탭을 받아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따끔한 지적을 했다.

상대를 제압하는 데 또 다른 효과적인 기술로 옆에서 암바를 거는 것도 배웠다. 누운 상대의 옆구리에서 시작하는 동작이다. 상대에게 팔베개를 하듯 목 뒤로 팔을 끼우고 다른 팔로는 상대의 손목을 잡아 누른다. 내 몸으로 아래의 상대를 덮쳐 누른 상태로 가슴 위에 올라타 양반다리를 하듯 앉는다. 처음에 손목을 잡아 눌러뒀던 팔을 뽑으면서 그 팔을 다리 사이에 끼고 뒤로 누우면 암바 자세가 완성된다. 처음엔 팔이 헷갈려 어정쩡한 자세가 만들어졌지만 반복할수록 모양은 그럴싸해졌다.

성 관장은 "내가 매트에 머무는 시간 만큼 실력이 늘어나는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무도라서 매력이 있다.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와 관련된 부분과 상하체가 골고루 발달하게 도와주므로 지속적으로 수련하면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기자를 채근했다. 암바 기술을 거는 사람은 기자인데도 스파링 파트너는 멀쩡하고 기자만 땀이 송골송골 났다. 혼자 하는 운동하고는 다르게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운동이니까 더 재밌다는 말이 조금은 실감 났다. 시작할 때는 신체적 접촉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기술에 한 번 걸려보면 이성이라는 생각은 하나도 없고 어떻게 하든 제대로 동작을 완성하고픈 생각만 든다. 취재 이후 몸살이 나서 고생을 했지만 그만큼 힘들게 굴렀다 싶어 만족감이 들었다.


# '노 기(No-Gi)' 경기

- 도복 대신 '파이팅 쇼츠' 착용…화려한 기술로 박진감 배가

	도복 대신 래시가드와 파이팅 쇼츠만을 입고 스파링하는 모습.

이 도장에선 매주 목요일 도복을 입지 않고 경기를 하는 '노 기(No-Gi)'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영어로 기(Gi)가 도복을 뜻하는 말이므로 도복이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에 긴팔에 반바지를 입고 한다. 조심해야 할 것은 서로 다치지 않도록 지퍼나 단추 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래시가드나 고무줄, 줄로 고정하는 파이팅 쇼츠를 입고 한다.

노 기 스파링은 도복을 입은 스파링과는 다르게 깃을 잡을 수가 없어서 더 원초적으로 보인다. 잡을 곳이 없으니 상대의 목을 끌어안거나 팔다리가 더 격하게 얽힌다. 바닥에 누운 상대로 한 몸으로 구르는 팀도 여럿이다. 경기는 서서나 앉아서나 어떤 자세에서든 시작된다. 상대가 나의 어디를 공격할지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하지만 비명은 나오지 않는다. 체육관을 맨발로 디디면서 내는 마찰음과 퉁퉁거리는 소리만 있다. 4분간의 스파링은 체력의 극한까지 경험하게 해준다. 자연히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에 따라 도복을 입지 않는 노 기 경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4분의 스파링이 끝나면 바닥에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운동량 소모가 많다. 성희용 관장은 "몸과 몸이 닿는 운동이므로 상대와 금방 친해진다. 상대를 찍어누르려는 이와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이 온 힘을 다하니 운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자랑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