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통증이 없어지고 이가 예뻐졌다고 고마워할 때 얻는 보람은 치과의사로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하지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집과 병원을 오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은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일상으로 복잡했던 머리를 비우고, 몸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며, 새로운 경험과 추억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여행은 언제나 가슴 설렌다.

하지만 때로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막상 가보면 추가 비용을 요구받거나 바가지를 쓰는 일이 생겨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 뒤늦게 번지르르한 사진이나 소개 글에 속았음을 후회하게 되고 '차라리 오지 말걸'하는 안 좋은 여행 추억을 만들게 된다. 이 때문에 광고나 소개 글이 아닌 실제 직접 여행했던 다른 사람의 경험담의 글을 찾아보거나 리뷰 등을 검색하고 종합해 유익하고 좋은 정보는 모으고, 좋지 않은 정보는 철저히 걸러내는 것이 여행 전에 필요하다.

치과계에서도 요즘 과도한 치료비 할인과 과잉 광고를 하는 몇몇 치과들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싼 가격으로 유인해 과잉치료를 권유하고, 의사가 아닌 직원들에게 치료까지 맡겨버리는 불법 위임 진료를 하기도 한다. 치료에 대해 질문하려고 하면 의사를 만날 수 없다고 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치료하는 원장이 계속 바뀌는 등의 문제를 가진 소위 사무장 치과들이다.

과도한 치료비 할인 광고로 환자를 유인해 모으고, 치료비를 선금으로 받고는 병원 문을 닫아버리고 잠적해버린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치료라는 것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가치'가 더 중요함에도 그것을 '가격'으로 평가하고 비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지 않을까 한다. 최근 부산치과의사회에서는 '의료는 쇼핑이 아닙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홍보하고 있다. 치료비 할인에 유도되지 말고 치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이다.

내가 지금 가진 문제와 비슷한 상태를 가졌던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받았고 어떤 결과를 보였는지 비교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치과를 찾아가기를 바란다. 그 치과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생길 수 있는 통증과 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줄 것이고, 치료 후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에 대한 책임을 같이 할 수 있는 치과일 것이다. 그곳은 화려하게 치장한 곳이 아니라, 내가 친한 친구에게 추천하는 오래된 동네 맛집 같은 곳은 아닐까?

오주환 메디스치과 남포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