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atopy)라는 단어는 '이상한' 또는 '부적절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부터 유래됐다. 음식물이나 흡입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유전적으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런 아토피 질환에는 피부염뿐 아니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및 결막염 등이 포함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영유기에 시작해 가려움을 동반하며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습진성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소아에서 10~20%, 성인은 1~3%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유병률 증가 원인으로는 대기 오염, 주거환경의 변화, 서구화된 생활방식,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추정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병의 경과 자체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유병 기간에 병변의 급성 악화를 막고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더 오랜 기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본 약물치료뿐 아니라 건조한 피부를 막을 적절한 수분 공급과 악화요인 제거, 가려움증과 피부염을 감소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최근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이 생긴 부위가 가려우면 긁게 두고, 햇볕을 쬐거나 소금물로 씻겨야 한다는 등 황당한 주장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현장에서 많은 아토피 환자를 만나는 필자 입장에서는 경악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는 수준이다.

아토피 피부염에서 피부를 지속적으로 긁을 경우 피부의 기계적인 손상이 각종 염증 반응을 가속하고, 이로 인해 가려움증이 유발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러면 증상이 악화될 뿐 아니라 피부 장벽 손상으로 세균, 바이러스 및 진균에 따른 피부 감염도 유발될 수 있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정상 피부와 비교해 민감한 피부를 지녔으므로 비정상적 기온이나 습도 등에 노출되거나 다양한 자극원에 의해 악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국소적인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보호자를 진료실에서 자주 만난다.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는 치료 지침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제시되는 방법이고, 실제로 장기간 오래 사용할 경우 피부 위축이나 저색소 침착 혹은 모세혈관 확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 치료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처방하는 피부과 의사는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적절한 용량을 적당 기간에 사용하도록 환자를 교육하고 있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의 특성과 장기간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보완·대체의학이나 민간요법에 의지해 피부 증상이 악화되거나 간이나 신장 등의 몸의 다른 부위에까지 문제가 생기는 환자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피부과 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대중에게 아토피 피부염에 관한 올바른 개념과 인식을 심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실제 의사가 처방하는 약물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 방법은 수십 년간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연구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근거 중심의 산물이다. 주위 사람의 권유나 대중매체의 무분별한 광고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자신이나 자녀의 소중한 몸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황성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