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전국 유일 ‘조기발견’ 지원
- 장애인종합복지관, 방문 진단
- 용호종합, 1200명 미리 점검
- 만덕종합, 마을공동체와 연계
- “조기 치료 땐 호전 가능성 높아”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말이 늦거나 주의가 산만하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조금 늦겠지, 설마, 놔두면 자연스레 나아질 거야”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이를 두고 걱정하는 부모는 주위에서 호들갑의 전형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갈수록 자폐성, 발달장애 등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 발달 과정의 문제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면 아이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전국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우리 아이) 장애 조기 발견 및 지원’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평생을 좌우하는 ‘시간과의 싸움’

20대 주부 A 씨는 생후 6개월이던 딸이 목을 가누지 못하고 뒤집기를 못 했지만 ‘늦게 크는 아이도 많다’는 생각에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그러다 돌이 지난 최근까지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그 또래가 다 하는 ‘엄마’라는 말도 못 해 딸을 병원에 데려갔더니 ‘운동성·언어성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6개월 때 바로 치료를 시작했으면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을 텐데, 엄마가 무지해서 이렇게 됐다. 다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이처럼 발달의 느림(행정적·법률용어는 발달 지연)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보통 운동성 느림이 나타난 뒤 언어성 느림이 뒤따르기 때문에 몸을 가누는 게 이상하다면 즉각 진단을 받아야 언어성 느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산지역 ‘발달 지연’ 의심 영·유아는 2017년 기준으로 100명 중 13명꼴로 파악된다. 전년보다 4명이 늘어난 수치다. 국민건강보험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발달 지연 우려가 있는 부산의 영·유아는 9.17%로, 전국 평균 8.9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영·유아 건강검진만으로 발달 지연 의심을 진단할 수 없고, 검진이 불필요하다는 인식도 강해 발달 지연 의심 영·유아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부산지역에서 발달 지연 의심 영·유아를 조기 발견해 체계적으로 치료 및 지원을 도맡는 기관이나 단체도 없는 실정이다.

■전국 유일 발달 지연 조기 발견 사업

이에 부산시와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올해 발달이 느린 것으로 의심되는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사업을 하는 복지관에 예산을 지원했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영·유아 지역사회 연계 조기발견 구축사업 - 우리 아이 발달 체크’, 용호종합사회복지관의 ‘발달지연 의심 조기개입 프로젝트- 행복 자람터’, 만덕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을 공동체 네트워크를 통한 조기 발견 영·유아 지원 사업 - 아이다움’이다.

먼저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우리 아이 발달 체크(Early Bird)’ 사업을 보면 아동의 발달 상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전문가가 어린이집을 방문해 의심 영·유아를 조기에 발견한다. 어린이집 원장이나 유치원장, 부모가 복지관에 진단을 의뢰하면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수십 가지 항목을 체크하는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 복지관에 의뢰하면 실시간 진단이 가능하다.

용호종합사회복지관의 ‘행복 자람터’는 남구와 수영구의 영·유아 가운데 발달 지연 의심 및 관찰 검사 대상자 1200명의 상태를 조기에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다. 복지관은 2009년 문을 연 꿈나무 아동발달상담센터를 중심으로, 발달 지연 영·유아를 조기에 발견해 언어·미술 치료 등을 진행한다. 또 발달 지연 고위험군 영·유아에게는 전담 사회복지사를 투입, 1 대 1 치료 서비스와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만덕종합사회복지관은 북부산지역 영·유아 1296명을 상대로 ‘아이다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구축된 발달지연 치료 지원 서비스가 바탕이 됐다. 특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 마을 공동체의 노력으로 발달 지연 영·유아 조기 치료 등에 나서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 내 어린이집과 병원, 보건소, 동주민센터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발달 지연 영·유아의 조기 발견부터 심층 검사 의뢰, 개별·전문 치료 등에 나선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우리 아이 114’ 사이트에서 ‘클릭, 간편 발달 체크(www.woorii114.org/development/test_online.jsp)’ 등을 통해 우리 아이의 발달 상태를 진단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부모들이 혹시나 하는 불안감 속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정상적인 발달이 될 만큼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니 3개 복지관에 의뢰해 체계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