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페미니스트 아냐?”

페미니스트는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여성에 대한 억압된 사회 관념과 제도에서 벗어나자는 이데올로기(페미니즘)’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말을 내뱉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를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기 일쑤다. 온라인상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여성들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동아리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활동이 이어진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로 사는 이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국제신문 영상팀은 부산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여명’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사진=왼쪽부터 부산대 동아리 여명 회원 박규리, 김현미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여명은 ‘부산대에서 여성들의 새벽을 열자’라는 의미로 지난해 3월 만들어 졌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이후 관심이 생겨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어서’ 등 다양한 계기로 모였다. 김현미(24) 씨는 “페미니즘의 시작점 자체가 성평등 인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말에는 수긍하는데 페미니즘을 말하는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진다고 한다. 심지어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순간 ‘메갈’(극단적 페미니스트)이냐고 물어보는데 과거 빨갱이처럼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규리(21) 씨도 “사람들은 정치를 진보와 보수를 나누고 그 안에서도(다양하게) 분리가 되는데 페미니즘은 왜 하나로 묶는지 모르겠다”며 “60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60억 개의 페미니즘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명은 동아리를 중심으로 학내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지난 3월에는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포스트잇 시위를 했다. 부산 금정경찰서와 함께 몰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학내 화장실을 돌며 점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도 참여했다. 박 씨는 “불법 몰카 탐지활동을 할 때 학우들을 만나면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게 기억난다”며 “학생들은 불법촬영이 무서웠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말에 힘이 났지만,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학생사회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면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과 협박 댓글에 시달리기도 한다. 김 씨는 “처음에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해코지 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며 “아무래도 활동을 하다보면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욕을 더 많이 먹는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에 힘든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씨가 부산에서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성평등 의식’을 만드는 게 동아리의 목표이고 저의 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를 남겼다. “당신 주변에도 페미니스트가 있습니다”라고. 김채호 기자, 이석교 대학생 인턴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