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안심센터서 무료 진단검사
- MRI도 건보 적용해 부담 줄어
- 건망증과 인지저하도 구분해야

치매는 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돕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매국가책임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지난해 9월 18일 제10회 치매극복의 날 행사에서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지난 1년간 치매안심센터 확충, 치매 진단을 위한 신경인지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건강보험 적용,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확대 같은 사업을 해왔다. 치매에 관해 사람이 잘 모르는 내용을 정리했다.

	어르신이 기억을 떠올리려고 머리까지 만져가며 애쓰고 있다. 건망증은 곰곰이 생각하면 기억이 나지만 치매는 그렇지 않다.

◇ 치매도 유전이 된다? (×)

치매는 반드시 유전되는 병은 아니다. 전체 치매 중 유전이 되는 치매보다 유전이 되지 않는 치매가 더 많다. 특정 유전자(프레세닐린-1, 프레세닐린-2, 아밀로이드전구단백)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은 주로 60세 이전에 조기 발병하는 경향이 있고, 전체 알츠하이머병의 5%에 불과하다. 65세 이후에 발병된 알츠하이머병은 ‘APOE4’라는 유전자를 가진 경우 일반인보다 3~4배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유전성 치매는 매우 드물다.

◇ 깜빡깜빡하면 무조건 치매다? (×)

건망증을 치매 증상으로 확신할 수 없다. 건망증은 즉, 깜빡깜빡하는 것은 정상적인 뇌의 노화 현상으로 치매의 전조증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인지저하를 느낀다면 치매안심센터에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 40, 50대의 젊은 나이에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

40, 50대의 젊은 연령에서 발병할 수도 있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조발성 치매라고 한다. 이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치매이나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알코올 치매, 뇌의 다른 질병에 의한 2차적 치매도 젊은 나이에 발병할 수 있다. 이 경우 신경학적 검사, 유전적 검사를 비롯해 뇌영상 검사, 혈액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 치매 검사비용은 비싸다? (×)

치매 감별을 위해 다양한 검사가 필요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정확한 진단을 위한 필수단계로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 치매 검사는 선별-진단-감별 순으로 진행된다. 종전에 보건소에서는 선별검사까지 진행됐는데, 치매안심센터가 개소하면서 치매 진단검사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진단감별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이 대폭 완화됐다. 치매가 추정되는 경우 진행되는 감별검사에서 많이 비용이 들었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기본 촬영은 최대 14만 원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 옛날 일을 잘 기억하면 치매가 아니다? (×)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초기에는 옛날에 저장된 기억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옛날 기억은 잘하는데,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일에 대해 상세한 부분을 기억하기 어렵다거나 TV에서 보거나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옛날 일을 기억하는 것은 치매를 감별하기 위한 중요한 증상은 아니다.

◇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 (×)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은 따로 없다. 하지만 치매 위험요인은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치매의 위험인자는 교육년수, 고혈압, 비만, 청력 저하, 흡연, 우울증, 신체활동 저하, 사회적 고립, 당뇨병이다.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은 따로 없지만 위험인자를 꾸준히 관리해야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 치매는 완치가 안돼 치료는 쓸모 없다? (×)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하고, 지속적인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완치가 가능한 치매를 가역적 치매라고 하는데, 갑상선 기능저하증, 비타민 결핍, 엽산 결핍, 뇌종양, 정상수두증 등에 의한 치매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 완치가 어려운 치매라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약물 및 비약물)를 통해 진행의 지연이나 증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 치매가 걸리면 성격이 변한다? (○)

치매의 증상으로 성격이 변할 수 있다. 치매 환자는 인지장애 외 신경행동증상, 정신행동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격성, 우울증, 무감동증, 불안, 초조, 의심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신경행동증상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나타나기도 하고 대상자가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 치매에 걸리면 시설 입소만이 답이다? (×)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가정에서도 돌볼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처럼 전문인력이 가정을 찾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해 일정 시간 동안 신체활동·인지활동 지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치매의 전 단계로 일상생활능력은 유지되나 인지기능은 떨어져 있는 상태. 경도인지장애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치매로의 전환이 빨라질 수 있어 초기 진찰이 중요하다.

▶치매

인지장애가 서서히 진행돼서 일상생활능력의 장애까지 보여 독립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

오상준 기자

도움말=박경원 부산시광역치매센터장·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