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 1.5㎏ 신체서 가장 큰 장기
- 손상 지속 땐 간경변·암 발병
- 회복 불능 땐 이식수술만이 답

- 일반인 기증 간 60~70% 떼내
- 이식하면 10년 생존율 75%
- 뇌사자 기증 대기시간 길어지면
- 수혜자 상태 나빠져 생존율↓
- 지역 대학병원도 수술성적 좋아

- 이식 초기 거부반응·감염 우려
- 가까운 병원서 지속적 관리를

얼마 전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 ‘왜그래 풍상씨’는 간이식을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됐다. 주인공이 자신의 간을 기증하거나, 두 명의 여동생으로부터 간을 기증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성인의 간 무게는 보통 1.5㎏ 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무겁다는 것은 그만큼 역할이 많고,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 술로 인한 알코올성 간염으로 인해 간 기능이 나빠지는 사례가 가장 많다. 이런 간 손상이 지속되면 간 경변으로 이어진다. 최근 국제신문과 고신대복음병원이 진행한 시민건강교실에서 간담췌외과 최영일 교수는 “비가역적인 간 경변, 즉 회복되지 않는 말기 간 경변으로 진행되면 황달, 복수, 식도정맥류 출혈 등이 나타난다. 이 때는 간이식 외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간이식은 성공률은 물론 이식 후 생존율이 높아 20년을 내다보는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 간이식해야 하는 이유

최근 간 경변을 동반한 간암으로 간이식을 시행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간이식이란 환자의 병든 간을 완전히 절제하고, 건강한 새 간을 붙이는 수술을 말한다. 간이식은 크게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활발하지 않아 전체 간이식 건수의 70% 정도가 생체 간이식이다. 뇌사자의 전체 간이든 생체 기증자의 일부 간이든 누군가의 건강한 간이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다. 기증자를 찾는 게 가장 까다로운 과정이다. 자녀 배우자 또는 친척이 간 기증자로 나서는 때가 많지만, 그 결정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간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간이식은 수술 후 장기 생존율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생체 간이식의 10년 생존율은 75%가 넘는다. 뇌사자 간이식 생존율은 생체 간이식보다는 약간 낮다. 뇌사자 간이식 생존율이 생체 간이식에 비해서 낮은 것은 간이식 수술 전 이식받는 환자의 상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뇌사자 장기 기증이 활발하지 않아 뇌사자 간이식을 받기 위해서 대기하는 시간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길 수밖에 없다. 긴 대기 시간 동안 수혜자의 상태는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생체 기증자가 있으면 환자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일찍 간이식 수술을 시행할 수 있어 예후가 좋다.

■ 수술 성공률은

고신대복음병원 간담췌외과 최영일 교수팀이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우리나라는 간이식 수술 성공률이 매우 높다. 전체 병원 평균 간이식 성공률은 90%를 상회하고, 생체 간이식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생체 간이식을 할 땐 수술 성공 못지않게 기증자의 안전도 중요하다. 보통 생체 간이식 때 기증자 간의 60~70%를 떼어내므로, 기증자로서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생체 간이식 때 기증자의 수술 후 합병증(출혈 담즙누출 등)은 2% 미만으로, 일반 수술과 비교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수술 기술의 발전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매우 안전한 수술로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간이식은 최근 지방 대학병원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굳이 수도권 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의료진은 말한다. 과거에는 간이식이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고난도 수술의 대표격이었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는 것. 특히 간이식 후에는 수술을 받았던 병원을 평생 규칙적으로 방문해야 하는데, 사는 곳과 가까운 병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게 환자 편의를 위해서도 더 낫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관리를 잘해야 한다. 기증자로부터 받은 장기는 이식 초기에 거부 반응 가능성이 높아서 많은 양의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 약을 많이 사용하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 다시 말해 이식 초기에는 거부 반응과 감염 가능성이 모두 높다. 이식 초기를 잘 보내고 1년 이상이 지나면 이식받은 장기는 대부분 수혜자의 몸에 잘 적응하게 되고, 수술받은 병원에서 관리를 잘 받으면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도움말=고신대복음병원 간담췌외과 최영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