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러간社 제품 481건 최다
- 국내도 1명 발병 불안감 고조

- 붓고 통증, 모양 변형 등 증상
- 발병률 0.003~0.03%로 낮으나
- 신속하게 치료 않으면 치명적
- 예방 차원 제거수술 부작용 커
- 연 1회 정기검진으로 관리를

유방 재건 및 확대 수술에 널리 사용된 특정 보형물이 희귀암을 유발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Breast Implant Associated-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이라는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보고된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BIA-ALCL 발생 사례는 모두 573건이다. 이 중 엘러간이라는 회사가 만든 제품을 이식했다는 환자가 481건으로 대부분이었다.

국내에서도 엘러간사(社)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 1명에게서 희귀암이 지난달 실제 확인됐다. 이 환자는 40대 여성으로 7, 8년 전 유방 보형물을 삽입하는 확대술을 받았는데 최근 한 쪽 가슴이 심하게 부어 성형외과를 방문했다가 BIA-ALCL 의심 소견으로 대학병원에 의뢰돼 확진 받았다. 보건당국은 실제 발병 사례가 국내에서 확인되자 뒤늦게 해당 제품 사용을 금지시켰다. BIA-ALCL은 어떤 질환이며, 문제의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는 보형물을 예방적으로 빼는 게 나을지 등 BIA-ALCL 사태에 관해 이진(이진성형외과의원 원장) 대한성형외과학회 부산지회장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유방 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이란.

▶BIA-ALCL은 유방암은 아니며, 비호지킨림프종으로 면역계 암이다. 대부분 보형물을 심은 지점 근처의 흉터 조직과 체액에서 발견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신체 전체에 퍼질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BIA-ALCL 발생 비율은 0.003~0.03%로, 발병 위험 자체는 아주 낮다. 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매우 심각하다. 신속하게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정도다. 장액과 피막 표본을 채취해 병리학 검사를 시행, 진단한다. 치료는 보형물과 주변 흉터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이며, 일부는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어디서 발견되고, 주요 증상은.

▶BIA-ALCL은 일반적으로 유방 조직 자체가 아닌 피막 내 유방 보형물 근처에서 발견된다. 유방 보형물 부위가 지속해서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증상은 수술 후 수년 뒤에도 발생할 수 있다. 진료하면 유방 보형물 주변에 체액이 고이는 ‘장액종(조직액이 특정 장소에 고여서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것)’이 관찰되고, 일부에서는 피하에 덩어리나 구형구축 (보형물 주위에 두껍고 눈에 띄는 흉터 조직)이 나타난다.

-거친 표면 보형물이 매끄러운 표면에 비해 BIA-ALCL 발병 위험이 크나.

▶그렇다.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 성형술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거친 표면 보형물의 BIA-ALCL 발병 위험을 알고 있어야 한다. 미 FDA는 의사에게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 이식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희귀암을 유발한 문제의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는 예방 차원에서라도 일단 제거하는 것이 좋은가.

▶그렇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BIA-ALCL은 발생 위험이 매우 낮다고 보고돼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제거 수술을 할 때 마취나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 위험성이 있으므로 예방 목적의 단순 제거는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대한성형외과학회는 갑작스러운 유방 모양의 변화나 덩어리, 피부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 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한다. BIA-ALCL은 조기 발견 때 완치가 가능하므로, 이식한지 1년이 지났다면 이상 증상이 없어도 1년에 1회 정기적으로 수술받은 의사나 유방 관련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환자는 자신이 어떤 보형물을 이식받았는지 의사로부터 정보를 얻어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보형물 제조업체명과 모델명은 수술받은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의 제품이 아직도 유통되나.

▶엘러간사가 제품을 회수 중이다.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은 2007년 허가된 이후 약 22만 개가 국내 유통됐다. 이 중 엘러간사 제품이 11만 개다. 회사 측은 표면을 거칠게 만든 보형물이 기존 매끄러운 표면의 보형물에 비해 가슴 내부 조직 접합에 용이하다고 홍보해왔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대처는.

▶식약처는 지난달 29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관련 단체를 통해 의료기관에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엘러간사 외 타사 제품도 포함)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또한 추적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520개 병원에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 현황을 제출하게 했다. 환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이 안전성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환자를 위한 전담 사이트(식약처 홈페이지 내 ‘엘러간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 이식환자를 위한 종합안내’ 배너)와 전담 콜센터(식약처 1577-1255, 대한성형외과학회 02-3472-4252, 엘러간 02-3019-4400)를 운영한다. 수입·제조업체와 함께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치료비 보상안도 수립 중이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