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황성환 병원장의 배려와 도움으로 이탈리아, 일본의 병원에서 연수를 하며 내가 느낀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한국의 병원을 생각하면 병원에서 몸담고 일하고 있는 나 역시도 ‘바쁘다. 일이 많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게 된다. 처음 이탈리아 피사 대학 시사넬로 병원에 연수를 시작할 때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첫 번째는 마을 규모의 병원크기에 놀랐고, 그다음은 여유로움에 놀랐다. 하루 일과는 한국이나 이탈리아나 시작 시각은 비슷했다. 한국의 병원은 입원환자도 많고 하루 수술 건수 역시 이탈리아에 비해 많다. 우리 병원의 경우 보통 하루 10건 정도의 항문 수술을 하고 수술이 많으면 20~30건 정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2~4건, 내가 있을 때 많았던 날이 6건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수술준비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최대한 많은 환자를 수술을 할 수 있게 하였는데 피사 대학 시사넬로 병원의 가브리엘 날디니 교수는 한국의 이런 진행을 부러워하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이탈리아 연수 중 내가 본 그들의 수술 준비는 굉장히 느긋했다. 환자를 수술실에 옮기고 준비하는데 30~40분, 수술을 하는데 치핵 수술이나 치루 수술의 경우 20~30분 정도 걸렸다. 한국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이런 부지런함은 병원의 의료진들도 역시 그렇다. 일에 대한 마음의 차이가 하루 수술 건수의 차이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료보장적인 사회주의 요소가 강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렇지만 이탈리아 역시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적다. 하지만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이야기해봤을 때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도,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도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 길었다. 치핵 수술을 하게 된 환자의 경우 진료를 보고 수술하는 데까지 4주가 걸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가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많이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구마모토의 다카노 병원, 요코하마의 마츠시마 병원, 구루메의 히다카 클리닉, 도쿄의 야마테 메디컬 센터에서 연수를 하였는데 병원의 규모에 따라 하루 수술건수 및 검사 수가 다르지만 내가 몸담은 한국의 병원과 비교할 때 약간 작은 정도였다. 일본에서 연수를 하며 부러웠던 점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등 의료인력이 많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 비해 의료수가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가 인력의 확충과 환자 중심의 치료로 나타난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인들의 부지런함과 근면함, 많은 의료진과 의료인력 희생의 뒷받침이 있었다. 2021년도 의료 수가 협상이 난항을 겪고있다. 이러한 의료 시스템의 보전을 위해 낮은 의료수가를 정상화하고 의료인과의 소통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부산항운병원 정인섭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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