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정부 당국의 요청에 따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조작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2012년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특정 키워드를 실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 내부지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네이버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임의로 제외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총 1480건으로 하루 평균 약 9건이었다. 네이버는 "규정이 마련된 뒤 실제로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을 받아 검색어 순위를 제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행정·사법기관으로 부터 검색어 순위 조정 압력을 받은 사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기관의 요청을 받고도 '반사회적 정보'나 '명예훼손' 등 다른 조항을 적용해 삭제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내놓은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악용의 소지가 큰 규정이 권력기관이 실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쓰일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행정기관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검색어를 제외할 수 있다는 네이버의 내부 지침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구조화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며 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네이버의 경쟁자인 다음(Daum)은 네이버와 달리 다음에는 행정·사법기관의 영향을 열어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다음의 지침은 개인정보, 성인·음란성 정보이거나 정당한 사유로 명예훼손 관련 삭제 요청이 있을 때 실검 키워드를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2009년 업계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 네이버는 2012년 검색어 조작 논란이 벌어지자 이 단체에 검증을 맡기기로 했고, KISO가 구성한 1기 검증위원회는 2013∼2014년 네 차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2차 검증위원회는 올해 4월에 구성됐으며 12월 19일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