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분간 공중에 잔류하며 전염
- 휴지로 가리는 등 기침예절 중요

기침의 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하면 올겨울 기승을 부리는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 질환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 타임즈'에 최근 소개됐다.

재치기를 하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 스틸. 지름이 큰 침방울(녹색)은 중력의 영향으로 얼마 못 가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어느 수준 밑이 되면 침방울 구름(빨간색)을 형성해 최대 10분간 공기 중에 머무르며 8m까지 퍼질 수 있다. 사진=MIT 리디아 보로이바 교수

독감바이러스는 스스로 이동성이 없으므로 퍼지려면 숙주(기생하는 생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처럼 순간적으로 체액(주로 침)을 분출할 때가 퍼질 기회다.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몰린 학교가 주된 감염지인 이유다. 학술지 '네이처' 지난 6월 2일 자에는 고성능 비디오를 이용해 기침과 재채기의 물리학을 연구하는 미국 MIT 리디아 보로이바 교수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유체역학을 공부한 보로이바 교수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 밖으로 분출되는 체액이 어떻게 사방으로 퍼져나가는지에 관한 과정을 연구했다. 그 결과 과정에 관한 추측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로이바 교수는 기침이나 재채기 장면을 최대 초당 800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비디오카메라로 기록한 뒤 침방울의 크기와 확산 범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침방울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1~2m 범위 안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상식과는 달리 기침은 6m, 순간 분출 에너지가 더 큰 재채기는 8m까지 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에서 난류가 생기면서 침방울 구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침방울 구름은 최대 10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교실 한가운데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하면 교실 전체에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학교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독감의 전파 메커니즘인 셈이다.

보로이바 교수가 지난 1월 학술지 '실험 유체'에 발표한 논문은 기침과 재채기의 실상에 관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침방울이 튀어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초고속 촬영 결과 침 상태로 분출되는 양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양동이에 담긴 물을 뿌릴 때처럼 침이 퍼지면서 침방울이 형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침의 조성이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침에 점액 성분이 많아 침이 끈적할수록 침이 잘 끊어지지 않아 실처럼 늘어진 침에 염주처럼 형성된 침방울이 서로 뭉쳐져 결과적으로 좀 더 큰 침방울이 만들어진다. 과학칼럼니스트 강석기 씨는 "이 연구는 건강한 사람의 재채기와 호흡기 환자의 재채기는 침방울 크기 분포가 다를 수 있고, 감기나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은 공기를 통한 감염 경로가 생각보다 비중이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기침이 나오면 손수건이나 휴지로 가리고 하고, 이게 없으면 옷소매 위쪽이라도 입과 코에 대라고 질병관리본부가 '기침예절'을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