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 자동계산 가상화폐 지급
- 성분 분석 건강정보까지 제공
- '똥 본위 마을' 국비 100억 확보

'똥을 팔아 돈도 벌고 자신의 건강정보까지 덤으로 챙긴다'.

	울산과학기술원 야외 체험실험실인 '사월당'(사진 오른쪽)에 설치된 '비비 화장실'(사진 왼쪽 위). 이곳에서 대변을 보면 무게를 자동으로 재어 사이버 화폐 '꿀'을 준다. UNIST 제공

똥의 경제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순환적 의미로 재해석한 프로젝트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른바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 시즌2'.

'똥 본위화폐' 개념을 창시한 조재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5월 UNIST에 개소한 야외 체험실험실 '사월당(思越堂·일명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에 인분을 분해해 에너지로 만드는 '비비(BeeVi) 화장실'을 설치했다. 비비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고 양변기 아래 설치된 건조기, 분쇄기를 통해 대변을 가루로 만들고, 이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난방 및 식당 조리기구의 연료로 활용 가능한 메탄가스로 변환시키는 친환경 화장실이다. 비비(BeeVi)는 벌(Bee)과 비전(Vision)의 첫음절을 따서 벌이 꿀을 만들 듯 인분을 유익한 에너지로 만들자는 뜻으로, 화장실이 변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비전을 담았다. 사이언스 월든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자연환경주의와 B.F.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상향인 월든2의 사상을 이어 과학기술이 인문, 예술과 만나 근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여과학예술가들의 커뮤니티다. 사월당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 세상을 꿈꾸는 곳을 뜻한다.

비비 화장실 사용자에게는 '꿀'이라는 사이버 화폐가 주어진다. 한 번 배설하면 '10꿀'이 지급된다. 10꿀의 현재 가치는 우리 돈 500원 정도. 연구팀에 따르면 전 국민이 하루 한 번 배설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인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9조 원에 달한다.

조 교수는 23일 "프로젝트 시즌1 목표가 똥 본위화폐 개념을 확립하는 것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바이오에너지 식당, 인분 에너지 마을버스, 인분 퇴비를 활용한 도시농업 등 똥 본위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인분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이를 화폐나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인분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며 "세계 최초로 제시된 똥 본위화폐는 환경순환경제의 원동력은 물론 우리 사회가 안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비 화장실은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한층 진화한다. 현재 이용하는 사람이 '볼 일'을 보면 그 가루로 무게를 잰다. 양변기에 스마트 센서를 달아 인분의 무게를 자동으로 계산해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 전송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인분의 성분을 분석해 이곳을 이용한 개인은 기본 건강정보까지 관련 앱을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똥 본위화폐' 개념을 제시한 이 프로젝트를 사회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융합연구선도연구센터(CRC) 2단계 사업에 선정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