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치료 기술 개발 기대

30년간 정설로 자리 잡고 있던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 연구팀이 기저핵((basal ganglia) 신호물질이 타깃신경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흥분’시킴으로써 파킨슨병의 운동 이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서 도파민 신경이 괴사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근육 긴장, 서행, 도보 이상 등 다양한 운동장 애를 겪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법은 없다. 기저핵은 운동을 조절하는 뇌구조체로, 억제성 신호물질인 가바(GABA)를 분비한다. 파킨슨병에서 운동신호인 도파민이 없어지면 기저핵은 억제성 신호물질인 가바를 더 많이 분비한다.

기저핵 억제성 입력이 파킨슨 증상을 나타내는 모식도. 가운데는 억제성 입력이 늘면 반발성 흥분(빨강)을 만들어 보행 이상 등 파킨슨병 증상을 일으키고, 아래는 광유전학 기법으로 반발성 흥분을 억제하면(녹색) 증상을 회복시킬 수 있다. 위는 정상 상태. 한국연구재단 제공

학계는 현재 드롱 박사 연구팀이 1980년대에 제시했던 ‘운동신호 억제이론’을 파킨슨병 치료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 이론은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분비되는 기저핵 억제성 신호물질이 뇌의 운동신경을 억제함으로써 운동기능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학설은 파킨슨 환자의 복잡한 증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 연구는 종전 학설의 핵심 내용을 뒤흔들었다. 연구팀은 광유전학기법으로 생쥐 뇌의 기저핵 신경을 빛으로 자극해서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했다. 기저핵의 억제성 신호를 받은 시상핵(뇌에서 후각을 제외한 각종 감각정보를 받아 대뇌 피질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구조체) 신경들이 일시적으로 억제신호에 순응해 억제되는 듯 했으나 이후 ‘반발성 흥분(rebound excitation)’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은 억제되면 막전위가 감소하고, 감소한 막전위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신경을 흥분시켜야 하는데 이를 반발성 흥분이라 한다. 연구팀은 또 반발성 흥분을 억제했을 때 다양한 파킨슨 증상을 보이던 파킨슨병 생쥐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저핵 작용에 따라 시상핵 신경이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흥분’함으로써 운동 질환이 유도됐다는 얘기다. 반발성 흥분을 약물이나 빛으로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 증상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반발성 흥분을 조절함으로써 파킨슨병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기작이 규명됐다”며 “앞으로 도파민 세포가 이미 사라져 회복이 어려운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법이 가능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뉴런’ 최신호에 실렸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