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통령’ 크리에이터 허팝

- 성공여부 관계없이 시도하고
- 아이디어 생각나면 바로 메모
- 유튜브 12억회 조회수 비결

# ‘메이커 다은쌤’전다은

- 자격증 따려 속성 배우기보다
- 놀이처럼 재밌게 즐겨야 도움
- ‘심플 애니멀즈’ 작품 호평

29살, 일단 부딪쳐보기, 끝판왕, 실패 두려워 하지 않기….

크리에이터 허팝이 지난 19일 국립부산과학관 1층 대강당에서 특강을 마친 뒤 특강을 들은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가자가 많아 단체기념 촬영도 네 차례로 나눠 진행했다.

지난 19일 오후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열린 ‘2017 헬로 메이커 부산’ 특강 강사로 초청된 크리에이터 허팝(29·본명 허재원)과 전 세계 메이커 페어를 순회하고 메이커 강사로 활동하는 전다은(여·29) 씨는 공통점이 많았다. 허팝은 기상천외한 실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어린이들 사이에서 ‘초통령(초등학생계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무려 162만여 명, 총 조회 수가 12억여 회에 달한다. 이날 허팝의 특강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으려는 어린이가 몰리면서 기자는 40분가량 기다리고 나서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허팝은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나왔다. ‘메이커 다은쌤’으로 불리는 전 씨는 ‘2017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과 미국 등 8개국 메이커 페어 12곳을 탐방하며 3D 프린트로 만든 ‘심플 애니멀즈(Simple Animals)’ 작품을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

메이커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국립부산과학관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은 세계 문화 트랜드로 떠오른 ‘메이커 무브먼트’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 처음 이 행사를 마련했다. 메이커 무브먼트란 메이커들이 제작 기술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키고 공유하는 문화를 통칭한다.

■황당함은 도전정신·성공 연연 안 해

크리에이터 허팝.(왼쪽), ‘메이커 다은쌤’ 전다은 씨.

허팝의 동영상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데다 실험 규모도 커서 빨려 들어간다는 얘기다. 전기밥솥으로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초대형 타코야키 만들기, 대형 헬륨 풍선으로 하늘 날기…. 허 씨는 “시도하는 것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험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황당함은 성공(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끝까지 해보는 도전정신이고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허 씨의 황당함에는 부산사나이의 기질이 녹아 있다. 그는 “실험할 때 감질나게 하지 않고 통 크게 진행하니까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부산사람 기질 덕을 봤다”고 귀띔했다. 그는 ‘하루에 한 편씩 동영상을 올리려면 아이디어가 고갈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팬카페나 유튜브 댓글에 남긴 아이디어를 참고하고 초중고고 과학 교과서를 사서 공부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메모해놓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고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메이커 문화 즐기자

전다은 씨는 최근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메이커 열풍을 우려했다. 전 씨는 “메이커 열풍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창업이나 미래형 창의적 인재 양성에 치우쳐 비즈니스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며 “흥미가 빠진 채 일로 접근하면 지속할 수 없고, 취미로 천천히 즐겨야 하는데 코딩·3D 프린트 자격증을 따려고 속성으로 배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그리로 유도하는 것은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국 메이커 페어에 참가해보면 놀이 자체로 메이커로 인정받는데 우리나라는 기계나 기구를 다룰 줄 알아야 메이커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자녀에게 즐기는 시간을 허락하고, 용기를 북돋워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즐기게 하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조언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