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초고속 대중교통수단
- 안전성 높고 건설비용 저렴
- 최대 시속 1200㎞ 주행 가능

- 울산과기원 연구팀 모형 구현
- 세계적 디자인대회서 금·은상
- 마찰·전력 소모 줄이기 과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과 함께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차세대 초고속 대중교통인 ‘한국형 하이퍼루프(U-Loop)’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이재선 교수팀은 자체 제작한 하이퍼루프 모델을 지난 10월 26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차 대중교통 국제정책포럼에 선보였다. 이어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정연우 교수팀은 최근 세계적 디자인대회인 ‘2017 미국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서 UFO(미확인비행물체) 형태의 정거장 디자인으로 교통수단과 공간 두 부문에서 금상과 은상을 받았다. 이 대학은 지난해 7월부터 향후 5년간 14억 원을 투입해 하이퍼루프의 핵심 요소인 튜브 내 공기 저항을 줄이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열차 부상 및 추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가 제안한 하이퍼루프 정거장 모형. 선형인 일반 기차역과 달리 원형이다.

■한국형 하이퍼루프 가시화

이 교수팀은 지난 10월 포럼에서 하이퍼루프의 주요 개념인 진공튜브, 부상, 리니어모터 구동 등을 작은 스케일로 구현했다. 모델 단계임에도 주요 원리를 토대로 실제 구동하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이 모형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튜브 내 진공을 실제 운전 조건인 1/1000 기압 수준의 아진공 상태를 유지했다. 또한, 차체 부상을 위해 영구자석을 이용하고, 차량의 추진을 위한 모터는 일반적인 회전형 모터가 아닌 선형 유도전동기(Linear Induction Motor)를 사용했다. 이 모델은 하이퍼루프 기술 소개와 홍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루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이 교수는 7일 “차체 부상을 위해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전자석과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고, 속도 증가를 위해서는 선형 동기전동기(Linear Synchronous Motor)를 쓰는 등 성능 개선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UFO 모양 정거장 이중순환시스템

디자인 부분을 맡은 정 교수팀은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을 근거로 열차와 정거장을 설계했다. 이번에 수상한 ‘하이퍼루프 정거장’도 30초마다 출발과 도착이 이뤄지는 플랫폼에서 탑승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정 교수는 “하이퍼루프 정거장의 전체적인 모습은 UFO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미래 교통수단이 출발하고 도착할 장소인 만큼 미래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이퍼루프 정거장은 총 4층으로 이뤄졌다. 1층은 도로나 대중교통 시스템과 연결해 접근성을 높였고, 2층에는 매표소와 쇼핑센터를 둬 하이퍼루프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탑승자의 생활과도 연결되는 공간으로 꾸몄다. 3층과 4층은 하이퍼루프를 타고내릴 수 있는 8개의 승강장이 있다. 승객은 3층에서 탑승하고, 출발 준비가 되면 승강장 전체가 4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올라간 승강장은 정해진 순서대로 출발한다. 승강장이 3층과 4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3층 바깥 고리와 4층 승강장이 이중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30초에 한 대씩 열차를 출발하면서 승객 회전율을 극대화했다. 종전 열차 승강장이 선로를 일렬로 사용하는 시스템과 달리 두 개의 진공관만으로 더 많은 승객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킨 게 특징이다.

■한국형 하이퍼루프 과제

이 대학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정연우 교수팀이 설계한, UFO를 닮은 하이퍼루프 정거장. ‘2017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서 교통수단과 공간 부문 금상과 은상을 받았다. UNIST 제공

하이퍼루프는 진공 튜브 안으로 캡슐 형태의 열차가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튜브형 고속열차 시스템. 철도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최소의 비용으로 건설과 운행이 가능한 친환경운송수단이다. 2013년 8월 미국 테슬라모터스 CEO인 엘론 머스크가 제시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엘론 머스크는 존 패브로 감독이 ‘아이언맨’의 모델로 삼은 인물이다. 열차가 이동하는 튜브 내부는 공기를 제거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최대 시속 1200㎞의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이 속도라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16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이는 시속 800㎞로 이동하는 비행기보다 빠르고, KTX와 비교하면 4배 빠르다.

하이퍼루프의 가장 큰 과제는 열차가 이동할 때 생기는 마찰과 튜브 내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것. 연구진은 이를 위해 열차 앞 부분과 내부에 설치할 ‘공기 압축기’를 자체 설계해 수축된 열차 앞쪽 공기를 빨아들여 열차 뒤로 내보낼 계획이다. 열차 부상 및 추진 방법은 엘론 머스크가 제안한 공기압의 차이를 이용한 방식이 아니라 자기 부상 방식을 활용한다. 자기 부상 방식은 같은 극의 자석끼리 밀어내는 자기력을 활용해 열차를 공중에 띄우고, 자기력의 밀어내는 힘과 끌어당기는 힘을 가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기 부상 방식은 전력 공급량이 많이 필요한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고 태양전지, 전력저장 배터리(ESS)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시스템을 터널 일정 구간마다 도입할 계획이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