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보좌관 인맥 심기 의혹”
- 지역과학계·정치권 반발

국립부산과학관장에 과학관 운영 전문성과 인지도가 떨어지는 고현숙(여·62) 신라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선임되자 지역 과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고 교수는 신라대 여성과학기술인인력양성사업(WISE) 센터장을 역임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외활동 경력이 없다.

공교롭게도 부산과학관과 동시에 공모가 진행된 국립광주과학관 역시 부산과 마찬가지로 WISE 지역센터장 출신의 김선아(여·67) 조선대 수학과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이를 두고 과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청와대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이 과학계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보좌관은 이화여대 WISE 거점센터 연구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다양한 형태로 분산된 여성과학기술인지원사업(4W : WISE, WIST, Watch21, WIE)을 통합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의 기획정책실장을 맡아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립부산과학관과 국립광주과학관 신임 관장에 고 교수와 김 명예교수를 각각 15일 자와 8일 자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신임 관장의 주요 이력을 소개하면서 김 명예교수는 WISE 광주전남 지역센터장, 조선대 중앙도서관장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고 교수의 경우 신라대 WISE 센터장 경력을 누락한 채 신라대 자연과학연구소장, 한국통합생물학회 이사,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운영위원을 경력으로 들었다. 본지가 신라대 생명과학과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네이버 인물 정보를 검색한 결과, 고 교수의 주요 활동과 수상 내역에 ‘2005~2007년 신라대 WISE 센터장’ ‘2011년 WISET 멘토링 올해의 멘토상’이 기록돼 문 보좌관과의 친분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지역사회는 100만 명이 넘는 부산시민의 서명운동에 힘입어 설립된 국립부산과학관의 신임 관장을 과학관 설립 과정과 운영 현황을 잘 아는 전문가가 맡아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기술 중심의 지역혁신 역량 강화와 지역발전 촉진 전략’을 이룰 수 있는데 문 보좌관과 가까운 WISE·WISET 인맥이 임명돼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은 “국립부산과학관 설립은 시민 140만 명의 염원으로 결실을 봤다. 시민들이 만든 과학관이라는데 이해가 부족하지만 여권의 특정 인사와 관련이 깊다는 이유로 관장 인선이 이뤄진 것은 시민의 바람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 보좌관은 앞서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신 사퇴한 박기영 순천향대 교수를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역사·이념 논란으로 낙마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오상준 김태경 박태우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