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서 120만 대 판매량 달성
- 가전 모니터링·제어 기능 등
- 삼성·LG 등 제품 출시 경쟁 가세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올해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관련 기기가 처음으로 출시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로 이동통신 업계가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본격적으로 경쟁에 가세한다. 이는 국내 AI 스피커 시장이 ‘100만 대 시대’를 연 것과 무관치 않다. 2년 전만 해도 전문 영역으로 간주됐던 AI 스피커가 실생활에 빠른 속도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 기능·마케팅 확대에 시장 급성장

18일 IT 및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출시한 AI 스피커 판매량은 이달 현재 120만 대로 집계됐다. 국내 최초의 AI 스피커인 SK텔레콤의 ‘누구’(NUGU)는 2016년 9월 첫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4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KT의 스피커 겸용 AI TV ‘기가지니’는 이달 초 50만 가입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출시된 네이버의 ‘프렌즈’와 카카오의 ‘카카오미니’도 지금까지 15만 대씩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누구’ 출시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만 대 시대’가 열린 것이다.

AI 스피커 시장의 급성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AI 기기에 대한 수요 증가 ▷시장 형성 초기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지속적인 기능 업그레이드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단순 생활정보 제공과 음악 재생에 초점이 맞춰졌던 AI 스피커의 기능이 최근에는 금융·쇼핑·교육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삼성·LG·애플 신제품 속속 출시

이런 흐름은 업체 간 ‘AI 스피커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통신사와 포털업체에 이어 대형 IT 기업들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가(Vega)’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코드명은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해당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미 AI 비서 플랫폼인 ‘빅스비’(Bixby)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피커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은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2018’에서 “올해 AI 스피커를 본격적으로 출시한다”며 관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LG전자는 삼성보다 한 발 앞서 지난해 11월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Clova)’가 탑재된 ‘씽큐 허브(ThinQ Hub)’다. 이 스피커는 가전 모니터링과 제어에 특화된 제품이다. 가령 사용자가 “하이 LG, 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말하면 씽큐 허브에 연결된 공기청정기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LG전자는 ‘CES 2018’에서 구글의 AI 비서를 탑재한 ‘LG 씽큐 스피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과 제품 인지도 등이 한국보다 높은 해외 업체들도 올해 신제품 출시에 힘을 쏟는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소개한 자사의 AI 스피커 ‘홈팟’을 올해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가 탑재된 홈팟은 내장 마이크가 2~4개인 타사 제품과 달리 6개의 마이크가 장착됐다. 그만큼 이용자의 음성인식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중국의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스마트 스피커 ‘리틀 피시 VS1’을 오는 3월 출시한다. 이 제품은 ‘스크린 탑재’가 가장 큰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AI 스피커 출하량은 740만 대로 전년 동기(90만 대) 대비 8.2배 급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