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일요일 2시간 무료 진행
- 직접 구상·각색 무대 올리기도

지난 14일 오후 6시 부산 남구 대연동 G아트홀에서 뮤지컬 ‘전설의 비상구’가 무대에 올랐다. 2015년 신춘문예 당선작 ‘비상구는 있다’를 각색해서 만든 음악극으로 10대 학생, 20대 청년, 50대 주부, 70대 할머니의 고민을 자살이라는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약 40분이었고, 1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작품 연출을 맡은 김리라(23) 씨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주위에 함께 있어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며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오늘 당신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이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고,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왔을 때 자살하려던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메시지를 전했다.

부산 극단 YTCA가 운영하는 뮤지컬 스터디 멤버들이 지난 14일 남구 대연동 G아트홀에서 연 음악극 ‘비상구는 없다’의 한 장면.

이번 전설의 비상구 공연은 전문 배우가 아닌 뮤지컬 스터디로 뭉친 사람들이 만들어낸 무대라 특별함을 더한다. 극단 YTCA(Youth Theater Culture Association)가 매주 일요일 진행하는 뮤지컬 스터디는 성별 연령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연극, 노래, 대본 읽기, 연극 및 뮤지컬 장면 만들기 등을 배울 수 있다. 여성은 오후 3~5시, 남성은 오후 5~7시에 각각 2시간씩 진행된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배우고 싶은 다양한 사람이 참가하고 있으며, 연극영화과 뮤지컬과 전공생이 스터디를 기획 및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 스터디 참가비는 무료이다 (악보비 3000원).

뮤지컬 스터디는 2007년 이수강(39) YTCA 대표가 결성했다. 뮤지컬, 연극을 배우고 싶어도 부모의 반대와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친 학생·청년을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시대를 이끄는 젊은이들에게 돈이 인생의 벽이 되고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뮤지컬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창립 모토에 맞게 스터디에는 전공생뿐만 아니라 전공 결정 전 체험하러 오는 사람들,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 젊었을 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제서야 뮤지컬 무대의 꿈을 안고 오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이들이 모인다.

뮤지컬 스터디의 서브 네임이 ‘전설의’인 것도 이 때문. 앞으로 연극 역사에 전설이 될 공연을 만들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전설이다’라는 각오를 매 공연마다 되새길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비상구’는 이번 공연의 주제이다.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를 비상구라고 하듯 인생의 경보음이 울렸을 때 이곳을 찾아오면 된다는 뜻이다.

공연 전설의 비상구는 약 3주 동안 준비했다. 일반인을 위주로 하는 뮤지컬 스터디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일정을 고려해 연습 시간을 조율해야 했다. 마지막 2주간은 매일 4, 5시간씩 일정한 연습 시간을 가졌다. 할머니 역을 맡았던 전공반 오아름(19) 양은 “맡은 역할과 나이 차이가 커 공감하며 표현하기가 어려웠지만, 학생 청년 주부 할머니 모두 각자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 역을 맡았던 김은지(17) 양은 “첫 공연, 첫 연기라 많이 떨렸고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즐거웠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성격도 밝아졌고 자신감도 얻은 것 같다. 옆에서 조언해주시고 챙겨주신 분들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공연을 보러 와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감동을 전했다.

한편 전설의 비상구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뮤지컬 스터디는 앞으로도 꿈을 이루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할 생각이다. 꿈은 돈으로 경중을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라도 꿈을 이루어가는 성취감을 느낄 자격이 있다고 뮤지컬 스터디는 말한다.

김남희 학생기자 부산장안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