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다니지 마라.”

	늦은 밤 부산 서구 대신동 골목을 지나는 학생들이 어두운 가로등 불빛 때문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교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곧잘 하시는 말씀이다. 부산 서구 대신동은 중고등학교 7곳의 재학생 수천 명이 오가는 곳이다. 멀지 않은 곳에 여러 학교가 있고 지하철, 대형마트뿐 아니라 학원도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하교하는 늦은 시간에 발생한다. 대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면 밤 9시가 넘고, 학원을 가는 학생은 더 늦게 거리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신동 골목은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을 위험 속에 방치하고 있다. 가게들은 영업 시간이 끝나면 대부분 불을 끄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큰 거리도 어둡고 컴컴하다.

공동주택이 들어선 골목은 가정집 불이 꺼지면 가로등 두세 개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몇 개 없는 가로등은 밝은 LED 조명이 아닌 어두운 주황색 조명이라 더욱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민 주은실(49) 씨는 “딸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독서실을 다니는데, 밤 11시만 돼도 골목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 혼자 오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한번은 남편과 같이 가지 않고 혼자 데리러 갔는데, 성인이어도 골목이 외지고 어두워 무서웠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동 골목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가로등 개수를 늘리거나 환한 조명으로 교체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쉽지 않다고 한다. 가로등 개수를 늘리거나 환한 조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공동주택 아래층에 사는 주민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 앞에 있는 가로등이 너무 밝아지면 실내 생활도 불편해질 수 있어서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 질문 게시판에는 집 앞 밝은 가로등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는 질문이 자주 올라왔다.

김시예(부경고 2) 양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여러 친구와 다같이 가면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단둘이 가거나 혼자 갈 때 길이 너무 어두운 게 아닌가 싶었다”며 “특히 골목은 가게도 없어서 다른 길로 돌아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로등을 바꾸거나 더 만들어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