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UNIST는 전기전자공학과 변영재 교수 연구팀이 피를 내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체내 삽입형 전자기파 기반 혈당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UNIST 변영재 교수팀. 왼쪽부터 김성문 연구원, 변영재 교수, 자간나트 말릭 박사.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당뇨병 환자들은 식사 등을 조절해 혈액 내 당분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손가락 끝을 찔러 채혈하고, 혈당을 확인한다. 매일 채혈에 따른 고통과 불편을 겪는다.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효소나 형광을 기반으로 하는 측정 기술도 개발됐지만, 짧은 효소 수명과 발광량 감소로 시간이 지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공통적인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수명에 제한이 없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반영구적인 측정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면봉 5분의 1 크기 센서로 피부 속 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우는 조직액인 간질액의 혈당 변화를 감지한다. 센서는 길이 30㎜에 원형 둘레 4㎜ 크기로 설계됐으며, 생체 적합성이 뛰어난 폴리올레핀 계열의 포장재로 감싸졌다.

피하지방에 심는 이식형 장치이기 때문에 주변의 온도와 습도, 움직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혈당 측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주사기로 한 번만 이식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저전력으로 구동해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사용하는 장치나 스마트폰으로도 언제든 혈당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연속혈당측정장치의 단점인 짧은 사용 기간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혈당을 반영하는 정확도도 높아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 효소 기반 센서처럼 매주 교체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연속 혈당 측정 이용 단가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장치를 동물 몸에 부착해 실제로 혈당 측정이 가능한지 검증한 결과, 포도당을 정맥에 직접 주사하거나 구강으로 주입해 소화한 경우 모두 혈당과 주파수가 같은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변영재 교수는 “개발한 장치는 시간이 지나도 성능 감소가 없는 전자기파를 사용해 사실상 수명이 영구적”이라며 “향후 센서 내부에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칩을 적용하는 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교원창업기업인 에스비솔루션과 협업해 진행됐으며,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에스비솔루션은 2017년 변 교수가 개발한 전자기파 혈당 측정기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했으며, 관련 시스템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