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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부담 줄어" "사제의 정 막아 삭막"

김영란법, 교사에 선물 금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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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06 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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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회복' 긍정적 의견 있지만
- 새 학기 작은 성의도 눈치 보여
- 상호감시에 관계 서먹해지기도

지난해 11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 법)'이 일선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과거 기념일이나 소풍 때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에 이뤄졌던 선물 주고받기가 제한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부담감이 줄어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제 간의 미풍양속까지 조심스럽게 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실 교탁에 학생들이 교사에게 선물한 사탕이 놓여 있다.
지난 2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여자 고등학교 교실. 새 학기를 맞아 들뜬 학생들의 분위기는 예년과 비슷했지만, 아직 교사가 오지 않은 교탁 위 모습은 사뭇 달랐다. 보통 학생들이 환영의 의미로 교사에게 선물하는 초콜릿 사탕 등으로 가득해야 할 교탁이 올해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학교 곳곳에 퍼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봄 방학 전 밸런타인데이 때도 일부 학생들이 초콜릿 사탕 등 선물을 교사들에게 줬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받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자 학생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친구들끼리 교실에서 초콜릿 사탕 등 군것질 거리를 나눠먹으면서도 바로 옆의 선생님에게는 아무것도 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부산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최효진 학생은 "우리끼리 먹고 있을 때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빼빼로데이 때도 선생님께 죄송해 눈치만 봤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이후 학생들과 교사 간 관계가 서먹해진 경우도 있다. 사하구의 한 중학교 국어 교사인 곽모 씨는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반 학생이 준 사탕을 받은 뒤 동료 교사, 학생들과 나눠 먹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부 학생들이 "선생님은 사탕을 먹으면 안 되지 않느냐. 법에 걸린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한 학생은 "사탕을 먹으면 신고하겠다"고 곽 교사에게 경고한 사실이 알려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곽 교사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 철없는 학생의 말이었지만, 서운해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청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에게 그런 말까지 들으니 교직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까지 들었다"며 속상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김영란 법의 교육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과를 가르치는 이모 교사는 "학생들이 학부모가 보내준 간식을 먹으면서 바로 옆의 선생님에게 한 번 드셔 보시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웃어른에 대한 공경이나 예의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학생들이 바라는 것 없이 교탁에 몰래 음료수도 올려놓곤 했다. 따뜻한 정을 나누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 교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유권 해석을 발표해 '스승의 날' 교실에서 카네이션을 보기도 어려워질 것 같다"며 "법이 사제 간의 정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 강화된 법 테두리 속에서 학생들이 정을 알아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교사들의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학부모인 정영희(여·48) 씨는 "자녀의 상담을 위해 담임교사를 방문할 때 마음이 편해졌다"며 "옛날에는 뭘 사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작은 음료수라도 선생님들이 안 받는다고 하니 홀가분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교사인 최모 씨는 "요즘은 선물을 주는 분도 없지만 간혹 있더라도 법을 이유로 거절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이제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 선생님이 물질적인 선물을 이유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학생기자 부산여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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