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공동체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안건에 부치는 학생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이 학교는 토론 결과를 실제 학생 생활 규정에 적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어서 지역 고교 최초의 시도가 어떤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00인 원탁토론회가 열린 부경고 대강당에서 이 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부경고는 최근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학생 생활규약 개정을 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이 학교는 지난달 9일 학내 대강당에서 1, 2학년 모두가 참여하는 제1회 부경 400인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400인 원탁토론회란 400명의 토론자가 조를 나눠 자신의 생각을 제안하고 진행자가 의견 정리를 한 뒤 투표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의견을 알아보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부경인이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생활교육-학생의 화장, 교복 변형 및 사복 착용, 이성 교제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나'였다. 학생들이 학내 공동체 생활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문제점을 짚은 뒤 관련 생활교육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그 결과를 학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토론회의 진행자는 기본적으로 각 반의 반장들이 맡기로 했으며, 그 외 별도의 지원자가 있을 경우 진행자와 기록자 역할을 했다. 이들은 모두 토론회에 앞서 역할 교육을 받았다.

앞서 학교 측은 토론에 임하는 학생들의 생각과 자세를 환기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학내 생활 규약 관련 학급회의와 설문조사, 주제 글쓰기, 토론 교육 등 활동을 진행했다. 또 정식 수업 전 학생들은 서울시민들이 도심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주제로 진행했던 원탁회의 자료를 회람하고, 학생회에서 별도로 제작한 원탁토론회 예시 영상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토론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문자 메시지로 전송된 객관식·주관식 질문에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 앞서 학교 측은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 규약을 충실히 지킨다고 생각하는가'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답변자의 대다수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은 토론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객관식 질문과 함께 '공동체 규약 중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주관식 질문이 주어졌다.

학생들의 외모와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학내 화장,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짧거나 밀착된 형태로 변형한 교복,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나', 등하교 때와 교내 사복착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내 이성간 스킨십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 결과는 실시간으로 정리돼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학생들은 질문 사항과 관련해 자유발언 시간도 가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 규약을 지키지 않는 문제점을 자가 진단하고, 교사 친구들과 생활 규정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합의할 시간을 가졌다"는 반응이었다. 1학년 송은정 학생은 "전교생이 다 같이 하는 토론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자신의 생각을 펼칠 기회가 또 오길 기대한다. 몇몇 학생들이 토론회 때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 속상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은빈 학생기자 부경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