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감독이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오마주를 표하거나, 각자의 존경심을 담아 기념 영화로 제작했고, 좋아하는 오즈의 영화적 순간을 자신의 영화에 삽입하거나 그만의 방식으로 변형했다. 오즈 탄생 100주년 기념작인 허우 샤오시엔의 '까페 뤼미에르'와 '동경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야마다 요지의 '동경가족'이 대표적이다. 또 국적과 시대를 초월해 많은 감독의 영화에서 이 같은 점을 찾을 수 있지만, 핀란드 태생인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르 아브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도쿄가', 주앙 보텔료의 '포르투갈식 이별'을 빼놓을 수 없다.

야마다 요지의 '동경가족'(2014)은 '동경이야기'(1953)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님에게 바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야마다 요지의 '동경가족'은 가족관의 변화와 해체를 통해 근대화가 시작된 전후 일본 사회를 살펴본 오즈의 세계를 현재 일본으로 확장했다. 야마다 요지가 영화를 준비하던 2011년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의 미래에 관한 깊은 근심과 폐허를 눈앞에 둔 절망으로 이어졌다. '동경가족'이 '동경이야기'와 확연하게 다른 지점은 이 걱정에서 비롯된다.

오즈가 바라본 근대화 시기,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복잡한 도쿄의 삶과 도쿄타워는 야마다의 영화에서 후기산업사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파탑인 도쿄스카이트리로 변형된다. 그리고 바쁜 일상 탓에 부모를 모시기 힘든 자녀들이 여행을 보내드린 곳은 바다가 보이는 여관('동경이야기')에서 도심 호텔('동경가족')로 바뀌면서 두 영화 모두 흘러가는 세월의 흔적을 대면하도록 만든다. 오즈의 영화에서 나란히 앉아 청명한 바다를 바라보는 노부부의 굽은 등이 비싼 호텔 방에 앉아 창문 앞에 버티고 선 대관람차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바뀔 때, 바다에 새겨진 시간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쳇바퀴에 매몰된 현대의 시간으로 대체된다.

가장 놀라운 점은 오즈의 영화에서 생략된 엄마의 죽음이 '동경가족'에서 후반부의 중요한 지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막내아들이 잘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도쿄에 오길 잘했다"고 말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은 후 쓰러진다. 가족들이 모여 임종을 지키고 마침내 엄마는 세상을 떠난다. 오즈의 아버지가 "오늘 날씨가 좋다"는 말로 생사의 순환을 무심코 받아들인다면 '동경가족'의 아버지는 "네 엄마가 죽었다"는 직설화법으로 무수한 죽음을 환기한다. 두 장면의 차이는 삶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수긍한 오즈와 죽음을 딛고 새롭게 탄생할 공동체를 제시하는 야마다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듯하다.

"미래가 없고"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일본 사회에 노감독이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삶의 방식은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섬마을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죽은 엄마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것, 홀로 있음과 함께 살아감을 받아들이는 것, 모든 죽은 자를 존중하기 위해 오즈의 영화에서 죽은 자였던 막내아들 쇼지를 야마다가 살려낸 것은 아니겠느냐는 생각마저 든다. '동경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일본의 과거와 현재에 덧대어 만들어진 '동경가족'은 노리코와 쇼지가 만들어갈 미래에 희망을 두고 있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