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조·사도세자 중심 노론·소론 정치이야기
- 참혹한 가족사에 궁중 미스터리 옷 입혀
- 배우 한석규·이제훈의 날 선 대립연기 기대

범상치 않은 웰메이드 사극 드라마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 22일 처음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부제 '의궤살인사건')은 빠른 이야기 전개와 화면 전환,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몰입도를 높이며 단박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지난 2회분 방송에서 '비밀의 문'은 영조(한석규)와 세자 이선(이제훈)을 중심으로 노론·소론으로 복잡 미묘하게 얽힌 정치 이야기와 도화서 화원 신흥복(서준영)의 의문사를 보여줬다.

단 2회 만에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며 드라마에 빠져들게 한 '비밀의 문'이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

■궁중 미스터리의 핵심 '맹의'

'비밀의 문'은 500년 조선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가족사로 기록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에 궁중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혔다.

'비밀의 문'의 전체 사건의 중심에는 '맹의'(猛毅)가 있다. '맹의'란 노론의 비밀조직 '대일통회맹'의 결의문이다. 영조가 왕이 되기 전인 연잉군 시절, 형 경종을 왕좌에서 밀어내고자 노론의 영수인 김택(김창완)과 결탁해 노론 세력과 힘을 합치겠다고 서약한 비밀문서다. 노론에겐 영조를 확실하게 묶어둘 족쇄이지만, 영조에겐 노론 중심으로 조정을 꾸릴 수밖에 없는 덫이었다.

그런데 승정원 화재로 타버린 줄로만 알았던 이 문서가 도화서 화원 신흥복의 손에 있었고, 신흥복의 죽음과 함께 문제의 맹의가 다시 사라지게 된다. '신흥복 살해사건'은 단순한 도화서 화원의 죽음을 넘어,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정치 게임의 신호탄이 된다. 즉, 영조와 세자 이선, 노론과 소론으로 나뉜 신하들까지 대립구도를 극명히 드러내며 갈등이 커진다.

■영조와 사도세자 재조명

'비밀의 문'은 영조의 고뇌와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군주였음에도 평생을 인정투쟁에 바쳤고, 아들에게 누구보다 비정한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조의 눈물을 담아낸다.

또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 이선 또한 새롭게 그려진다.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를 인간 이선으로 그려 인간적인 매력과 훌륭한 왕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한석규·이제훈, 그리고 김유정

'비밀의 문'에서 영조와 이선은 이름만으로 믿음이 가는 배우 한석규와 군 제대 이후 첫 작품인 이제훈이 맡았다. 이제훈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영화 '파파로티'에서 스승과 제자로 호흡을 맞췄던 두 배우는 이번엔 부자지간으로 날 선 대립을 보여준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역시 한석규'라는 말을 들은 한석규이기에 그가 연기할 또 한 명의 왕 영조를 향한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한석규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권력 앞에서는 철저히 냉정한 면모를 지닌 영조로 분해, 눈빛의 작은 흔들림, 순간에 따라 변하는 표정 등 명품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백성을 위한 공평한 세상을 꿈꾸는 세자 이선을 연기한 이제훈은 2년간의 공백을 무색게 했다. 장난기 가득한 세자부터 핍박받는 백성의 모습에 분노하는 군주의 모습, 아버지 앞에서는 한없이 긴장하는 어린 아들 등 다채로운 연기가 빛났다.

이와 함께 성인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김유정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나 현실은 16세 천방지축 소녀 서지담 역으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한다. 서지담은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추리소설 작가로, 이선의 특별수사대에 발탁돼 의궤살인사건 해결의 핵심 인물로 활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