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독일에서 가장 큰 바이에른 주의 주도 뮌헨에서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옥토버페스트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다. 올해로 182주년을 맞은 옥토버페스트에는 매년 평균 600만 명이 참가한다.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10월 12일 뮌헨에서 진행됐던 바이에른 왕국의 한 결혼식 후 열린 연회에서 유래됐다. 연회의 마지막 날 열렸던 경마 경기에서 시민들의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서 매년 10월 경마경기가 열렸고 맥주를 마시며 관람하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바이에른에는 매해 9월 29일부터 이듬해 4월 23일 사이에만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법이 있어 9월이 되면 저장한 맥주를 모두 마셔 없애야 해 가을에 맥주 축제가 열리게 돼었단다. 옥토버페스트를 즐기러 굳이 독일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에서 9~11일 '맥주 축제'가 열린다. 부산에서는 농심호텔 허심청 브로이 주최로 '옥토버페스트'가 8일~10일 열린다.

■가을에 마시는 하우스맥주

허심청 브로이는 부산지역 대표적 하우스맥주 전문점이다. 하우스맥주는 말 그대로 소규모 맥주제조시설인 마이크로 브로이를 갖추고 제조하는 맥주다.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고 일반 맥주와 달리 필터링 처리를 하지 않아 미네랄, 비타민,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가 살아있다. 허심청브로이 브루마스터 최동준 주임은 "일반 병맥주는 살균처리해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필터링 처리를 해 효모가 많지 않은 단점이 있다"며 "하우스맥주는 효모, 비타민 성분이 풍부해 신진대사 촉진과 여성피부에 좋다"고 설명했다. 

하우스맥주가 신선하고 맛있는 이유는 역시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이다 2~4주간 숙성한 맥주를 며칠 내 소화하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있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하우스맥주는 어떻게 만들까. 허심청 브로이의 경우,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싹 틔운 보리를 건조시켜 만듦)를 독일에서 수입해 독일 슐츠사 제조설비로 만든단다. 맥아를 공기 중 노출 시간을 최소화해 분쇄하고 물과 맥아를 섞어 끓이고 맥아를 찌고 여과하고 효모를 투입해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맥주는 발효 과정에서 두 종류로 분류된다. 상면 발효 맥주와 하면 발효 맥주다. 간단히 말해 상면 발효는 맥주의 윗부분에서 발효가 이뤄지는 것이고, 하면 발효는 밑 부분에서 발효가 이뤄지는 것이다. 상면 발효는 주로 고온(10~20℃)에서 이뤄지며 발효 강도가 세 부산물도 많이 생겨 맛과 색이 진하다. 하면 발효는 비교적 저온(5~10℃)에서 이뤄지는데 냉장기술이 발달한 19세기 이후 상업화됐다. 저온에서 비교적 오래 발효되고 정제돼 가볍고 깔끔한 맛이다. 세계 맥주 생산량의 75% 정도를 차지하는데 라거비어, 생맥주, 필스가 대표적이다. 

■학센·연어 등 곁들이면 맛 배가

허심청 브로이가 이번 옥토버페스트에 선보이는 제조맥주는 필스, 바이첸, 둔켈 등이다. 우선 하면발효를 한 필스를 마셔봤다. 진한 황금빛을 띤 필스는 맛이 진하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끝 맛은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했다. 개인적으로 진한 맛을 좋아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맛본 바이첸은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색상은 필스보다 연하고 밀과 보리를 원료로 사용하다 보니 한층 맛이 부드러웠다. 은은한 과일맛처럼 향긋한 여운이 남는 게 특징이다. 짙은 색상의 흑맥주인 둔켈은 볶은 맥아를 사용해 구수한 맛이 났다. 

전체적으로 시중 맥주보다 맛이 짙고 신선해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이런 하우스 맥주에는 돼지고기, 소시지, 닭튀김 등의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가 어울린다. 허심청 브로이 강민구 주방장은 '슈바이네 학센'과 '모듬 소시지' 등을 권했다. '슈바이네 학센'은 독일식 족발이다. 초벌로 고기를 삶은 후 껍질에 칼집을 내 오븐에서 다시 구워 겉은 바삭하고 살코기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와 함께 먹으니 한층 고기 맛이 고소했다. 이번 행사에는 지리산 흑돼지를 참나무 숯에 8시간 구워낸 통돼지 바비큐, 생연어를 자체 훈제해 만든 연어샐러드도 주요 안주로 나온다. 깊은 맛의 하우스맥주를 영양이 풍부한 돼지고기 안주와 마시니 맥주는 여름에 마셔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절로 깨지는 것 같다. 

한편 허심청 브로이 옥토버페스트 축제장에서는  라이브 밴드 공연, 독일 민속춤, 브로이캐릭터 공연, 전자바이올린&싱어, 여성댄스 그룹의 댄스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펼쳐진다. 1인 입장요금(티켓)은 1만5000원으로 학센·연어샐러드 2만 원, 모듬 소시지 2만5000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