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접어들면 연안의 수온이 더 올라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먼바다 깊은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먼바다라고 하면 배를 타고 1~3시간 걸리는 거리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1~2시간 나가면 한일 경계선까지 나가게 된다. 수심은 평균 200~250m 되는데, 그 중에서 100~150m의 넓은 암초지역을 찾아 낚시를 하게 된다. 이런 지역은 겨울에 수심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물고기들이 봄이 되면 얕은 곳으로 이동한다.

한 낚시꾼이 부산 먼바다 수심 150m의 심해에서 잡은 덩치 큰 홍감팽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심해 왕우럭 낚시는 깊은 바다 바닥층을 노리는 낚시다. 따라서 튼튼한 낚싯대와 합사줄이 감긴 전동릴 구비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채비는 바늘이 3~6개 정도 달린 카드 채비를, 바늘 크기는 20호 전후의 큰 바늘을, 봉돌은 150호 정도 되는 무거운 봉돌을 사용해야 한다. 심해 왕우럭낚시는 선장의 신호에 따라 배를 탄 사람들이 동시에 채비를 내리고 올려야 한다. 채비를 내려서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1~2바퀴 감아올려 입질을 기다려야 한다. 바닥 굴곡이 심한 지역은 수시로 바닥 수심을 맞춰주며 왕우럭의 입질을 유도해야 한다.

물고기들의 활성도가 좋을 때에는 바늘 6개 달린 카드에 덩치 큰 왕우럭이 모두 걸려들 수도 있는데, 이때 감아올리기가 예사로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우럭 한 마리의 무게가 2~3kg 정도 되는 씨알이 5마리만 걸려들어도 이를 깊은 바다에서 감아올리려면 전동릴이 아니면 안 된다. 왕우럭 낚시를 하다 보면 왕열기와 홍감팽이가 수시로 올라온다. 왕열기나 홍감팽이 역시 어른 팔뚝만한 씨알이 부지기수여서 진한 손맛을 볼 수 있다.

특히 수심이 깊은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아 미식가들이 선호한다. 부산 앞바다는 조금만 나가도 수심이 100m 이상 되는 곳이 많다. 부산에서 출발을 하는 심해낚시 전용선은 서구에 4~5척, 중구 1~2척, 영도구 1~2척, 남구 1~2척, 기장군1~2척 정도 된다. 이들 배의 선장들은 다들 경험이 풍부하고 바다 지리를 잘 알아 웬만하면 왕우럭, 왕열기, 홍감팽이 손맛은 진하게 볼 수가 있다.

심해낚시의 특징은 풍성한 조과다. 그러나 심해낚시라고 해서 항상 조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심해낚시는 특히 물색이 많이 좌우한다. 물색이 탁할 때에는 가급적 출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색이 맑아야 깊은 수심에서도 물고기들이 미끼를 잘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물때와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한사리 때에는 아무래도 물색이 조금 탁해질 우려가 있다. 특히 태풍이 오고 난 이후는 물색이 탁해질 염려가 있어 잘 살펴보고 출조해야 한다.

요즘 잡히는 왕우럭의 크기는 보통 30~70cm 사이가 주종을 이룬다. 열기도 30cm를 넘어가는 것이 많다. 홍감팽이 역시 덩치 큰 것은 40~50cm정도 되는 씨알이 부지기수다. 이런 물고기들이 줄을 탈 때 그 손맛이란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을 못 한다. 깊은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참우럭의 묵직한 손맛과 왕열기, 홍감팽이의 깊은 맛을 보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박춘식·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