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감독 출신 77살 조르지오
- 요리철학은 '단순하고 깊은 맛'
- 신선한 재료에 향신료 줄여
- 고향의 정통 음식 구현해

- 소렌토·풍기 포르치노 파스타
- 수제 면발에 진한 풍미 '인기'

소렌토 파스타(왼쪽), 풍기 포르치노 파스타

고집쟁이란 말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하지만 좋은 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을 고수하는 고집쟁이는 좋은 고집쟁이가 아닐까. 77세의 이탈리아 셰프가 정통 본토 요리를 선보이는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테스타르도'를 찾았다. 테스타르도는 고집쟁이를 일컫는 이탈리아 말이다.

식당 내부 모습

주방에서 방울 토마토 껍질을 까다가 나온 조르지오 셰프는 자신의 요리 철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Simple cook, deep taste(단순하게 요리하고 깊은 맛을 낸다)." 다소 싱거웠지만 기본을 제대로 지킨다는 말로도 들렸다. 그는 빵과 파스타는 물론 테르타르도의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그는 "내가 태어난 카프리 섬은 토마토 바질 등 식재료가 무척 소박하지만, 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사용해 맛을 냈다"고 했다.

부산 송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테스타르도'의 셰프 조르지오.

테스타르도의 인기 요리로 꼽히는 소렌토 파스타를 맛봤다. 이전에 먹어봤던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와는 완전히 달랐다. 방울 토마토를 데치고 일일이 껍질을 벗겨 쓴다. 토마토가 익으면 향긋한 향을 내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부드러운 신맛이 나는 건 처음이었다. 생 바질과 생 모짜렐라 치즈, 올리브 오일, 직접 제면한 탈리아텔레. 이게 소렌토에 들어간 전부다. 그런데도 정말 맛있었다. 깔끔한 뒷맛과 퍼지지 않은 면. 면은 100% 이탈리아 밀가루인 세몰리나를 방사유정란 노른자와 섞어서 만든다. 세몰리나 밀가루도 비싸지만 방사유정란도 보통 계란에 비해 4배 비싸다. 물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말린 파스타가 아닌데도 6분이나 삶아야 할 정도로 단단하게 반죽해 뽑아낸다. 이 식당 김수환 대표는 "셰프가 가장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기 때문에 현재의 맛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재료에는 향신료가 그리 필요하지 않다"며 셰프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

소렌토 파스타와 함께 꼭 맛봐야 할 요리가 풍기 포르치노 파스타다. 풍기는 이탈리아어로 버섯이라는 뜻이다. 포르치노 버섯을 넣은 크림파스타인데 버섯의 향이 정말 진하다. 포르치노 버섯은 이탈리아 송이버섯으로 향이 강하고 식감도 좋다. 포르치노 버섯은 말린 상태로 수입해 물에 불려서 쓴다. 말렸다 쓰면 풍미가 진해진다. 크림소스 안에 든 큼지막한 포르치노 버섯은 식감이 쫄깃하고 향이 아주 진하다.

디저트 케이크

파스타를 다 먹고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셔벗으로 입을 씻는다. 아이스크림에는 유지방과 우유가 들어가므로 부드러운 대신 깔끔한 맛은 덜하다. 하지만 셔벗은 얼음에 과즙이 들어가 맛이 상큼하다. 레몬 속 껍질의 흰 부분을 다 제거하고 과육만 졸여서 단맛과 신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뒤 얼려서 만든 셔벗은 새콤달콤하다. 연어 스테이크도 흔히 보는 것과 모양이 다르다. 보통은 껍질과 표면을 바싹 구워내는데, 이곳에선 부드럽게 굽고 토마토 소스를 곁들여 마친 찐 것 같은 모습이다. 연어는 원래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느끼할 수 있다. 그런 점을 토마토 소스로 잡고 살도 촉촉하게 만들었다.

샐러드

조르지오 셰프는 '빨리빨리' 하며 음식을 재촉하는 한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레스토랑의 문이 열려 있으니 언제든 나가도 좋다"고. 그렇게 빠른 음식을 원한다면 그냥 집에서 먹지 왜 시간을 내 레스토랑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레스토랑은 잘 꾸며진 실내 분위기와 좋은 음악 속에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즐기는 공간이지 밥만 먹는 곳이 아니란 얘기다. 테스타르도는 밤하늘의 별을 형상화한 천장 조명이 인상적이다. 건축가인 김 대표와 무대감독으로도 일했던 조르지오 셰프가 함께 제작했다고. 김 대표는 "조르지오 셰프를 보면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단순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만들자는 데 항상 동감한다"고 말했다. (051)702-6789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