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가장 곤혹스러운 집안일은 단연코 빨래다. 집안이야 반들반들하고 쓸고 닦으면 되지만, 빨랫감은 햇볕과 바람이 없으면 제대로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바싹 마르지 않은 빨랫감에서는 쉰내가 나 빨래를 안 한 것만 못하다는 후회를 부르기 일쑤다. 장마철에 효과적으로 빨래를 말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선풍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베란다를 확장한 아파트라면 빨래를 널 공간이 없어 거실에 빨랫대를 놓고 말리게 된다. 이럴 땐 선풍기를 빨랫대 향해 놓고 틀어 준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부산지부 최점옥 지부장은 "수업 중 빨래에 대한 질문을 항상 한다. 장마철 빨래가 그만큼 골칫거리라는 얘기"라며 "빨래는 햇빛도 중요하지만 바람이 불어야 한다. 선풍기가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탈수한 빨래를 널 때도 너무 빽빽하게 널지 말아야 한다. 보일러를 틀어 집안의 습기를 제거해 주거나 빨랫대 밑에 신문지를 깔아 습기를 빨아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빨랫감이 면일 경우, 다림질로 말리는 방법도 있다. 빨랫감을 모아놓는 습관도 좋지 않다. 평소에는 색깔별로 분류해 어느 정도 양이 차면 세탁기를 가동한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그렇게 했다간 곰팡이가 필지도 모른다. 이불은 매일 햇볕을 쬐어주는 게 좋다. 최 지부장은 "지난 밤의 습기가 오전 10시 이후면 많이 사라진다. 그 이후 햇볕이 좋은 시간을 골라 이불을 말리면 된다"고 했다.

드럼세탁기의 건조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한국세탁업중앙회 부산지회 조진우 회장은 "드럼세탁기의 텀블 드라이 기능을 이용할 때는 세탁기 안에서 건조를 다 마친 뒤에도 빨랫감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꺼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뜨거워진 세탁물이 갑자기 찬 공기를 쐬면 쉰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빨랫감의 냄새를 없애려면 세탁기를 자주 청소해야 한다. 세탁조는 항상 젖어 있고 어두운 상태라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좋은 까닭이다. 방금 세탁을 마친 빨랫감인데도 냄새가 난다면 세탁조가 불결한 탓이다. 이럴 때는 세탁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과탄산소다를 녹인 물을 넣어 헹굼 코스로 돌려주면 된다. 세탁이 끝나면 세탁기 뚜껑과 세제통은 열어서 속을 잘 말려줘야 한다.

철 지난 옷을 보관할 때는 반드시 세탁을 해야 한다. 한 번 입었다고 세탁하지 않고 옷장 속에 보관했다간 곰팡이가 피거나 땀의 염분 때문에 섬유가 변색되고 삭을 수 있다. 패딩점퍼 세탁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패딩점퍼 세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바람이 잘 불고 햇볕이 좋은 날씨에도 속까지 다 마르려면 며칠씩 걸리기 때문이다. 오리털이나 거위털 패딩 모두 깃털과 솜털이 함께 들어가 있다. 깃털은 빳빳한 심이 있는데, 심은 단백질 성분이라 제대로 마르지 않으면 부패하게 된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